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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미쓰에이의 신곡 ‘남자없이 잘살아’는 직접적으로 ‘나는 남자가 필요 없다’(I don’t need a man)고 노래한다. 특히 ‘내 돈으로 방세 다 내, 먹고 싶은 거 사 먹고 옷도 사 입고’ 같은 가사는 정신적으로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성의 목소리를 담았다.
이 트랜드의 원조라고 하면 2005년 보아가 발표한 ‘걸스 온 탑’(Girls on top)이다. ‘모든게 나에게 여자다운 것을 강요해’ ‘그늘에 갇혀 사는 여자를 기대하지마’ 같은 가사는 갓 성인이 된 보아라는 여자 솔로가수가 불렀다는 점과 함께 당시에 큰 화제가 됐다.
보아 이후 여자 가수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가사들은 흔한 소재가 됐다. 특히 걸그룹들이 대거 등장하며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소위 ‘자뻑’ 가사들과 함께 여성의 자존감을 드러내는 노랫말들이 대거 쏟아진 것.
지나의 ‘꺼져줄게 잘살아’는 ‘네가 버린 사랑 네가 가져가 남김없이 가져가 미안하단 말도 하지 마 내 걱정하지 마’라는 가사로 이별 앞에서 나약해지는, 순애보적 사랑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한다.
임정희의 ‘골든레이디’는 한 술 더 떠 헤어짐을 결심한 남자에게 ‘내가 선물한 옷들도 그냥 줄게 남김 없이 싹 다 가지고 가줘 걸리적 거리니까 옆으로 비켜주겠니’라고 말하고 2NE1의 ‘아이 돈 케어’(I don’t care)는 ‘니가 어디에서 뭘 하던 이제 정말 상관 안할게 비켜줄래’라며 ‘울고불고 매달리지마’라고 경고까지 한다.
씨스타의 ‘소 쿨’(So cool)도 마찬가지. ‘세상의 반 반이 남자 너 때문에 나 나 울지않아 구차하게 너를 잡거나 매달릴 일은 없다’며 ‘초라한 둘보다 화려한 솔로가 좋다’고 노래한다.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The boys)는 남자와 여자를 대결구도로 밀어 넣는 데에는 조심스럽지만 역시 여자의 당당함을 드러내는데 집중한 노래다.
재미있는 점은 앞서 언급된 노래들 모두 남자 작사가들이 쓴 곡이라는 것이다. 보아의 ‘걸스 온 탑’과 소녀시대의 ‘더 보이즈’는 SM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프로듀서 겸 작곡가 유영진이 직접 가사를 썼다. 지나의 ‘꺼져줄게 잘살아’는 가수로도 유명한 가수 휘성이 작사했고, 임정희의 ‘골든레이디’는 방시혁과 피독(Pdog)이 함께 썼다. 물론 두 사람 다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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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작사가들이 쓰는 여성 심리에 대한 노래들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여자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교묘하게 남자들의 심리까지 파고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래 가사처럼 세상의 반이 남자인데 이들을 포기하는 노래를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성들의 강한 자기주장, ‘남자 없이 잘 살아’ 같은 노래에서 등장하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인 여성은 남성들에게 더 환영받을 수 밖에 없는 노래다.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실제로 남자들이 느끼는 부담이 크기 때문. 한 설문조사에서 데이트비용 더치페이에 대해 남자는 66%, 여자는 17%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성과 데이트할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남성은 1위가 데이트비용(45%)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남자 작사가들이 쓴 걸그룹들의 가사는 남자들의 욕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뜻이다.
비단 경제적이 것 뿐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마찬가지. 지난 2월 10일 방송된 SBS ’세대공감 1억 퀴즈쇼’에서 ‘헤어질 때 하는 가장 흔한 거짓말’을 설문조사한 결과 4위가 ‘널 사랑하니까 헤어지는 거야’ 3위가 ‘널 힘들게 하기 싫어서’ 2위가 ‘나 좋은 사람 생겼어’ 1위는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나’ 였다. 2위를 제외한 1~4위까지 답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척’ 하는 내용이었던 것. ‘거짓말을 해야 하는’ 남자 입장이라면 여자가 먼저 헤어지자고 선언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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