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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차 중견 뮤지션들의 저력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10년 이상 되는 뮤지션들의 웰메이드 앨범이다. 그동안 아이돌 가수들에 밀려 차트에서 맥을 못췄던 10년 차 전후의 뮤지션들이 대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월드스타로 우뚝 선 싸이의 정규 6집 ‘싸이 6甲’ 앨범 수록곡 ‘강남스타일’은 두말할 나위 없고, 나얼의 첫 정규 앨범 ‘프린시플 오브 마이 솔’(Principle Of My Soul) 앨범이 수록곡 전곡을 차트에 올리면서 아이돌 가수들을 죄다 10위권 밖으로 내몰았다.
이밖에도 이번 하반기에는 김진표, 윤건, 이승철 등의 뮤지션들이 앨범과 싱글을 통해 차트 상위권에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올해 데뷔 9년 차를 맞는 에픽하이가 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또 한번 앨범 전곡 차트 줄 세우기에 나섰다. 아이돌 가수의 스탠다드 였던 보아 역시 ‘온리 원’(Only one) 앨범을 통해 뮤지션으로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아이돌 가수들이 소위 ‘보는 음악’에 치우쳐져 있었다면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에 있다. 또 단순히 트랜드를 좇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고스란히 표현한 앨범이 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 장르적 다양성 ‘록부터 발라드 힙합까지’
장르적으로도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모습이다. 아이돌 음악이 대세이던 시설 모든 음악이 기계로 찍어낸 일렉트로닉이었던 것과 달리 올 하반기 음악적 장르는 그 어느 때 보다 풍성하다.
앞서 언급한 나얼이 제대로 된 솔(Soul) 음악을 보여줬다면 싸이는 앨범 전체를 통해 일렉트로닉이 기반 된 ’100% 즐기는 댄스 음악’을 선보였다. 보아의 ‘온리 원’이 힙합을 근간으로한 정통 팝 장르를 보여줬다면 버벌진트와 김진표는 제대로 된 힙합을 들려줬다.
FT아일랜드가 지극히 대중친화적인 록 음악을 선보였다면 최근 정규 2집을 발표한 십센치(10cm)는 홍대 밴드라는 정체성을 유지한채 한 단계 성숙한 모던 록을 선보였고, 국내 최정상의 록밴드 피아는 KBS ‘톱밴드2’를 통해 ‘화끈한 록 음악’의 정수를 소개했다.
여기에 아이돌 음악도 한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가인이 전형적인 팝 스타일의 ‘피어나’로, 지드래곤이 세련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무장한 ‘크레용’을 발표하며 균형을 맞춰준 것. 최근 ‘이러지마 제발’을 발표한 케이윌 등 발라드 가수들 까지 약진하며 장르적으로 어느때 보다 풍성한 계절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 가요계 新 르네상스 울고 있는 제작자들
어느 때보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음악들이 넘쳐 대중들의 귀가 호강하는 중이지만 일부 제작자들은 울상이다. K-팝 붐과 함께 아이돌 제작에 나선 제작자들이 신인들을 데뷔시킬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의 현저한 하락세에서 섣불리 새로운 앨범을 내놓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특히 1~2년 전 시작해 현재까지 준비하고 있는 기획사의 경우 가장 난처한 상황. 아이돌 가수들의 경우 2~3년의 트레이닝 기간 및 데뷔 후 일정기간 홍보까지 약 10억원의 예산이 든다. 준비를 시작한지 2년 가량 지난 시점에서 팀을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인 것.
또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한동안 지속됨에 따라 K-팝의 최대 시장이었던 일본 쪽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도 아이돌 제작자들을 한숨짓게 하고 있다. 한때 한국 아이돌들의 상품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던 일본 쪽 유통사들 역시 “이제는 충분히 검증된 아이돌 팀들만 수입하겠다”는 입장으로 돌아 선 것.
한 가요 제작자는 “현재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프로듀싱 할 능력이 있는 젊은 싱어송라이터의 발굴이다”며 “90년대 대거 쏟아졌던 서태지, 신승훈, 신해철, 공일오비 등의 뮤지션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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