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배우 이정현(32)은 데뷔 영화 ‘꽃잎’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로 영화 팬들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16년이 지난 2012년, 이정현은 서영주(14)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년원을 드나들던 범죄소년(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 중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자를 뜻한다)이 13년 만에 찾아온 엄마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범죄소년’에서 호흡을 맞췄다.
![]() |
아이 같은 엄마, 천진난만하지만 애끓는 모정도 있는 이정현의 연기는 두말하면 잔소리. 첫 장편 주연을 맡아 초보라면 초보라고 할 수 있지만 이정현 앞에서 밀리지 않는 연기력을 보이는 서영주가 눈길을 끈다. 제25회 도쿄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따낸 배우. 이정현의 선견지명일 수도 있다. 이정현은 강이관 감독과 남자주인공을 뽑는 ‘범죄소년’ 오디션 과정에 참여했고, 적극적으로 서영주를 밀었다. 잘한 선택이었다.
서영주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길거리 캐스팅됐다. 운동에 재능이 있어 운동선수 혹은 평범하게 공부를 할 것 같았던 그에게 소속사가 생겼고, 보조 출연자 신분으로 드라마 ‘태왕사신기’ 촬영을 하러 갔다가 눈에 띄어 조금 주목받는 배역으로 승격(?)됐다. 이후 ‘내 마음이 드리니’, ‘메이퀸’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나 할까?
600대1의 오디션을 뚫고 ‘범죄소년’의 남자주인공인 소년 장지구가 된 서영주. 극중 와병중인 할아버지를 화장실에서 씻기는 장면에서 짠한 감정이 이어지도록 울지 말 것을 요청하던 감독의 말에 “하나뿐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실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펑펑 눈물이 나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강 감독은 서영주의 의견을 받아들여 카메라에 담았다.
강이관 감독은 14일 오후 신사동의 한 술집에서 기자들을 만나 “영주가 지구의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했다”고 만족해했다. 이정현은 “연기 잘하고 멋진 후배와 영화를 하게 돼 편했다”며 “귀여운 동생이자 아들처럼 지냈다”고 웃었다.
최근 두 차례나 내한한 중국배우 임달화도 서영주를 인정했다. 임달화는 영화 ‘도둑들’에서 김윤석의 아역으로 나왔던 서영주에게 촬영장에서 “유덕화를 닮은 것 같다”며 “중화권에서도 좋아할 배우이니 몇 년 열심히 활동하고 있으라”고 응원을 하기도 했단다.
![]() |
‘꽃잎’으로 호평 받았던 당시 이정현은 16살, 현재 ‘범죄소년’으로 주목받고 있는 서영주는 현재 14살이다. 이정현은 유명스타가 됐고, 서영주는 스타가 될 재목이다. 서영주는 “스타가 되기보다 남들이 볼 때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랐다.
‘범죄소년’을 향한 호평에 서영주는 제33회 청룡영화제에 참석해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