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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어쩌면 원래 광고 음악을 하던 곰군의 입장에서는 ’얼떨결에’ 라는 표현에 가까운 팀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안여림씨가 프로그래밍 작업을 때문에 지인을 통해 저를 소개 받았어요. 함께 1~2년 작업 위주로 같이 하다가 팀을 해보자 하더라고요. 걱정이 많이 됐죠. 집에서 혼자 작업하는 사람이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아니고. 인간적인 믿음에, 반쯤은 강요 끝에 팀을 하게 됐어요. 지금은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죠."(곰군)
"곰군이 함께 하면서 노래의 완성도가 달라졌으니까요. 제 입장에서는 무조건 잡았어야죠. 누군가 함께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든든했던 경우가 없었던 것 같아요."(안여림)
곡 작업을 함께 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서 묘한 기류 같은 건 생기지 않을까?
"제 타입은 아닌데요."(안여림, 곰군) 이 얘기는 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서로 전혀 이성적으로 끌리지 않는(?) 두 사람을 엮어준 건 진부하지만 음악이다.
"방에서 들어도 소극장 느낌이 나는 노래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멤버 두 사람이 하는 음악이니 소규모로 할 수 있는, 템버린, 피아노, 캐스터네츠 같은 악기로 구성하고요. 그런 음악적 취향이 함께 작업하는데 재미를 더 해준 것 같아요."(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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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하나가 늘 외로워하고 하는데 절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성격이에요. 여자의 모태솔로와 남자의 모태솔로는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마음은 가도 몸이 적극적으로 못가는 것 같아요. 또 굉장히 눈이 높아요. 잡지나 TV를 너무 많이 본 탓이겠죠.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없다는 건 알지만 아주 솔직하게 저런 사람은 만나기 싫은 거 있죠. ’내가 왜 지금껏 연애를 안 하고 기다렸는데라는 생각도 하는 것 같고. 이런 사람들에게 못났다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사랑과 운명을 믿는 순수한 사람들이에요. 그냥 밝고 재미있게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안여림)
안여림은 앨범의 모든 노래들이 100%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사실 ’치맥’ 같은 노래 역시 9시 퇴근 후 치킨과 맥주 한 잔의 포만감과 청량감을 전업 뮤지션인 이들이 알리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가사들이 민망할 만큼 솔직하고 예쁘다.
"저를 잘 아는 친구가 ’모태솔로’를 처음 듣고 ’네가 이들의 진짜 마음을 아냐’며 비난하더라고요.(웃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데 우리는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게 더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예쁘게 표현해 주는 걸 좋아하는 거고요."(안여림)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꺼내 표현한다는 것이 진정성이라고 단순하게 말한다면 세상에 진정성 있는 음악은 모두 혼란스럽고 대부분은 어두운 것일 뿐일 지 모른다. 한없이 투명하고 맑은 내면이라는 건 지극히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또 그렇게 지극히 비현실적인 것이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며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이유 아니겠나.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