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사 내에서 넘버3 김원효를 제치고 넘버2가 됐어요. 이젠 넘버1 김준현을 잡기 위해 한 단계씩 차근차근히 올라가야죠.”
막연하게 TV에 한 번 나오고 싶어 개그맨에 도전한 그는 어느새 떠오르는 예능 블루칩이 됐다. 항상 1년 뒤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하는데 그 모습 모두가 이뤄졌다고 한다.
하지만 ‘대세’ 양상국(31)은 “도전이 커지고 커져서 지금 이 자리에 서게 된 것 같다”며 겸손을 떨었다. ‘촌놈’에서 ‘대세’가 된 그에겐 무슨 비법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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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외의 모습을 보고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개그콘서트’에 비치는 제 모습은 바보 모습인데, 리얼 예능 속에서 보니 그렇게 바보 같지 않았던 거죠. ‘인간의 조건’ 파일럿 촬영 때 전화기 설치는 제작진도 예상치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의문이 생겼다. 그동안 얼마나 바보처럼 보였으면 고작 전화기 설치와 지렁이 키우기에 시청자가 열광할까.
“신인 시절 때, 선배 한 명이 ‘첫 캐릭터가 평생 간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제 첫 캐릭터가 닥터피쉬 코너에서 찌질한 바보 역할이었는데, 이 이미지가 계속 간 것 같아요. 물론 그 뒤에 ‘100원만’, ‘서울메이트’, ‘촌놈’ 캐릭터를 맡은 영향도 있겠죠.”
그는 자신의 ‘촌놈’, ‘바보’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인간의 조건’ 출연도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조건’에 자신과 같은 캐릭터는 최적이라는 것이다.
“아날로그 감성을 지닌 ‘인간의 조건’에 시골 마인드를 지닌 캐릭터는 저 밖에 없잖아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리얼 예능에서 저 같은 캐릭터는 독보적이죠(웃음). 아마도 이런 캐릭터 때문에 섭외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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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은 사회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 같아요. 최근에 방송됐던 ‘쓰레기 없이 살기’를 통해서 제 주변 사람들도 텀블러를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또 다큐 속의 예능이어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토크 프로그램에서 한 명의 게스트가 재미없으면 채널이 돌아가지만, 소소한 재미를 지닌 ‘인간의 조건’은 그냥 보고 있으면 계속 봐지더라고요. 장기적으로 프로그램이 흥행하려면 조금 더 예능적인 것을 섞어도 좋을 것 같아요.”
그동안 ‘개그콘서트’에서 인기를 얻은 개그맨들은 파일럿 프로그램 출연 이후에, ‘개콘’을 하차하고 버라이어티에 진출했다. 양상국 역시 ‘인간의 조건’을 시작으로 ‘개콘’ 대신 버라이어티에 진출할까. “‘개그콘서트’는 제게 고향과 같아요. ‘개콘’이 없었다면 양상국이란 이름이 없겠죠. 한 번 ‘개콘’을 떠나면 두 번 다시 코미디를 못하니까, 떠나고 싶지 않아요. 전 ‘개그맨’이 되고 싶었던거지, ‘방송인’이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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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관론에 대해 그는 “개그맨이 계속해서 꾸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가수나 배우는 일정 기간 활동을 하고 휴식기를 가지지만, 개그맨은 휴식기 없이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며 “개그맨이 웃겨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을 당연히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라고 했다.
그에게 ‘나름의 돌파구’에 대해 묻자 “양상국만이 할 수 있는 개그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있고,
“제 롤모델이 박명수 선배에요. 박명수 선배처럼 치고 빠지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선배가 출연하면 프로그램 색깔이 변하듯, 저 역시도 저만이 할 수 있는 개그를 구축해 ‘아 저건, 양상국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김정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