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주최의 해외 K-팝 콘서트에 대한 가요계의 논란은 비단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3월 9일 KBS ‘뮤직뱅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됐고, 16일 MBC ‘쇼! 음악중심’은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다음 달 말 Mnet은 대만에서 ‘엠카운트다운’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 방송사 “우리가 K-팝 전도사”
해외에서 K-팝 콘서트를 주최하는 방송사들은 이 같은 대형 이벤트가 K-팝의 확산에 공헌한다고 자부한다.
KBS 측은 “동남아나 일본뿐 아니라 남미, 중동 등 K-팝 열풍이 아직 닿지 않은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을 준비 중이고 그만큼 K-팝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해외 공연 취지를 설명했고, MBC는 2011년 “미국 현지에 K-팝 붐을 조성하기 위해 전미 투어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해외 K-팝 공연을 진행하는 한 관계자는 “과거 40만 원 이하의 방송출연료 정도로 터무니없이 책정됐던 개런티 역시 현지 행사 대비 7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며 “일전 문제가 됐던 MD 상품 판매도 철저하게 단속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지에서 유료로 콘서트를 여는 것은 공연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서다. 음향, 특수효과 등 팝 스타의 단독공연 못지않게 공연을 마련하다 보니 부득이하게 유료공연으로 진행되는 것”이라며 “기획사들과 상생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톱스타 “절반 몸값‥꼭 가야 하나요?”
톱스타들의 경우 방송사 주최 K-팝 콘서트에 대한 불만이 많다. 무엇보다도 개런티가 반 정도로 낮아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한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A팀 관계자는 “현지 기획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1억 원가량 개런티를 받는다면 방송사 주최 K-팝 콘서트는 절반가량이다”며 “여기에 현지 체류 기간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포기해야 하고, 현지 단독공연에 티켓 판매가 떨어질 수 있다는 등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손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송사와 관계를 고려해서 쉽게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관계자는 “방송사 출연 섭외를 거절한다고 해도 당장에 손해는 없다. 하지만 차후 해당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 출연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가요계에서는 최근 MBC와 SBS가 순위를 부활시킨 것도 방송사의 해외 공연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정상급 K-팝 가수들의 섭외권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인 것. 한 가요관계자는 “최근 몇몇 기획사가 자사 톱 가수들의 방송 출연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 이는 방송사 입장에서 불안한 일일 수도 있다”며 “순위제 부활은 이같이 가수들이 방송사에서 빠져나가는 분위기를 되돌려 놓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신인가수 “한 번만 끼워주세요”
신인가수들 입장은 정반대다. 개런티를 낮게 받아도 방송사 주최 K-팝 공연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입장인 것. 실제로 신인가수들의 경우 개런티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손해가 덜하다. 기본 개런티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 행사에서 3천만 원 정도의 개런티를 받는 한 걸그룹 기획사 관계자는 “1천만 원 정도로 낮춰 받아도 함께하고 싶다. 현지 홍보를 생각하면 충분히 개런티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는 모든 제작자의 딜레마다. 모든 회사가 톱 가수가 소속돼 있어도, 동시에 신인을 만들어 데뷔시키고 있기 때문. 회사에 A급 소속 가수가 있다고 해도 제작자 입장에서는 신인 가수를 띄워야 한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방송사의 제안을 피할 수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방송 중심의 가요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이 크게 개선될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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