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7급 공무원’을 무사히 마친 배우 주원은 종영 소감을 묻자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대중이 생각하는 시청률의 문제가 전혀 아닌, 애착을 품고 3개월간 살아온 또 하나의 인물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나는 듯 했다.
‘7급 공무원’을 들어가기에 앞서 이른바 ‘시청률 보증수표’로 떠올랐던 그였다. 브라운관 데뷔작 ‘제빵왕 김탁구’를 비롯해 ‘오작교 형제들’, ‘각시탈’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시청률 대박을 누려왔던 탓에 ‘7급 공무원’에 대한 기대 또한 컸다.
초반 시청률은 기대 이상이었다. 동시간대 1위의 10%대 중반으로 출발한 ‘7급 공무원’은 수목극 다크호스로 떠올랐지만 아쉽게도 뒷심 부족으로 마니아층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드라마 초반부터 ‘시청률의 사나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주원으로서는 롤러코스터 타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터다. 9일 강원도 철원 소재 모닝캄빌리지에서 만난 주원은 “생각보다는 마음이 안 아프더라”며 시청률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저도 생각을 해봤어요. 처음 (시청률이) 떨어지고 나서는 ‘에이 떨어졌네’ 이 정도였고, 점점 떨어졌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안 아프더라고요 시청률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처음엔 고민도 하고 무서웠는데 막상 별 감흥이 없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시청률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거였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거든요. 찍으면서 너무 행복했고, 우리끼리 웃고 즐기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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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작이 셌던 게 컸다. 상대 프로그램은 조인성, 송혜교의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장혁, 이다해의 KBS 2TV ‘아이리스2’였다. 주원은 “무엇보다 ‘그 겨울’이 너무 좋더라. 강희누나랑 모니터를 했는데, 너무 잘 생기고 예쁘시더라”며 “‘누나, 나 너무 못생긴 것 같아’ 라는 말을 했다. 내가 너무 부족해 보였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주원은 “그래도 시청자들이 우리에게 원했던 무언가가 있었던 것 같다”며 “마니아층이 분명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체감 시청률로는 ‘각시탈’, ‘제빵왕 김탁구’ 때 못지 않았다는 그다.
‘7급 공무원’이 끝난 지 벌써 3주째다. 그동안 미뤄뒀던 스케줄과 개인적으로 여행도 다녀왔지만 “아직 한길로를 떠나 보내지 못한 것 같다” 한다.
“작품 할 때마다 그런 편이에요. 다른 걸 하려 해도 손에 잘 안 잡히는 스타일이죠. 뭘 하며 놀아 보려 해도 잘 안되고. 아직도 ‘7급 공무원’ 때 하던 게임 놀이을 하며 지내는 걸요.”
메이크업을 지우고 씻을 새도 없을 정도로 끈끈하게(!) 뭉쳤던 지난 3개월이었다. 그렇게 스스로를 던진 만큼 어떤 일보다 캐릭터를 떠나보내기 쉽지 않을 터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보다 더 힘들었”던 만큼 주원의 감회는 남달랐다.
‘7급 공무원’이 유달리 다가온 까닭은 기존 캐릭터와 확실히 차별화된 탓이기도 하다.
“이렇게 힘을 빼고 울고 웃으며 편안하게 캐릭터를 그려본 적은 없었어요. 굉장히 행복해죠. 사실 연기자 입장에선 모든 역할이 고민 되지만, 어렵기도 했지만 하면서 재미를 찾아 나간 것 같아요. ‘이런 표정을 지어볼까’, ‘이런 말투를 해도 될까’ 생각하고, 촬영장에서도 OK가 떨어지고, 그러면서 자신감을 찾았죠.”
생애 최고로 바쁜 촬영 스케줄에, 건강관리를 할 여유는 없었다. 덕분에 주원은 드라마 종영 후 5kg이나 빠졌다. “잠을 하도 못 자니 식욕도 떨어지더라”는 그는 “초반에 비해 살이 많이 뺘져 확연히 티가 났다”고 쑥스러워 했다.
‘시청률 사나이’라는 타이틀은 잠시 주춤할 법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수확은 분명 있었다. “이전엔 무거운 역할을 주로 했었잖아요. 가벼운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막연하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나를 놓는다는 게, 막상 해보니 너무 어렵더군요. 고민을 많이 됐지만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평가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제빵왕 김탁구’를 시작으로 한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돌아온 탓에 “재충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주원. 하지만 아직은 쉬고 싶은 마음보다는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더 크다.
영화 ‘온리유’에서 호흡을 맞추게 될 김아중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뮤지컬 ‘고스트’로의 컴백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는 그다. 뮤지컬에 대해서만큼은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알타보이’로 데뷔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7급 공무원’을 마치고 새로운 출발선에 선 주원은 어떤 마음가짐일까. 일명 스타병에 걸리는 흔한 스타 모조(!)들과 달리,주원은 역시나 있는 그대로를 말할 뿐이었다. 다만 어느 때보다 다부지게 말이다.
“혹자는 ‘7급 공무원’이 잘 안 됐다고 할 지 몰라도 저에겐 너무나 기억에 남을 작품이에요. 스탭 배우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시청률 면에서도 역시나 저는 보통의 배우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요. 앞으로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철원(강원)=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심엔터테인먼트/장소 모닝캄빌리지(www.morningcalmvill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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