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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 배우였던 고인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듯하다. 비록 다른 사람의 입과 행동을 통해서지만, 그는 울분을 토한다.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고, 괴로웠는지 절규한다.
이는 민지현이라는 배우의 말과 감정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눈물을 또로록 떨어뜨리며 자신의 이름을 꼭 기억해 달라는 여배우의 절규가 스크린에서 울려 퍼진다.
영화 ‘노리개’는 한 여배우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비극 앞에서 정의를 쫓는 기자와 신임 검사가 그녀의 부당한 죽음의 진실을 알리고자 거대 권력 집단과 싸움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자연 사건’이 모티프다.
영화는 대중의 분노를 일게 할 만하다. 여배우에게 변태적 성행위를 가하는 거대 언론사 사주의 악행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허황된 일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 안타깝다.
절규하듯 “제 이름은 정.지.희예요”를 몇 번이나 말하지만, 상대는 “이름 따위를 알아야 하느냐”며 “자신의 몸이 기억하면 또 찾을 수 있다”는 말로 관객을 분개하게 한다. 주위에 이런 일을 겪은 아는 배우가 있어야 느껴지는 분노가 아니다. 내 동생이자 누나, 딸의 고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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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현을 비롯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기자 역의 마동석과 신임 검사 역의 이승연 등도 극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물론 욕심을 부린 듯 과하고, 어설픈 장면도 눈에 띈다. 연결고리도 느슨하고, 빈틈도 보인다. 하지만 어느새 국민적 관심을 받았던 실제 사건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다.
자살한 여배우를 파는 장사라고 비난하는 이들도 있을 게 분명하다. 만듦새에 만족하지 못하고, 관객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라고 트집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비롯해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빈틈이 더 많다. 분노를 터트릴 일도 허다하다. 이 영화야말로 관객의 판단을 맡겨야 하는 작품이다. 95분. 청소년 관람불가. 18일 개봉 예정.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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