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투쇼’와 경쟁이요? 에이 무슨~ ‘컬투쇼’는 라디오계의 ‘무한도전’이에요. 저는 그냥 사연이 많은 라디오 프로그램도 있고, 음악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있는 것처럼 취향대로 골라 들으셨으면 하는 거죠. 아직 따라갈 순 없지만 함께 잘 돼서 오래오래 같이 갔으면 좋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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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SBS 러브FM ‘헬로우 미스터 록기’ 첫 방송이 무척 긴장돼 방송 중 물을 많이 마셨다는 그지만,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 혹은 시청자들이 느낀 분위기는 긴장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특유의 입담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월~금요일 오후 2시 20분부터 4시까지. 2주가 됐을 뿐인데 반응은 좋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청취자 댓글에서도 느낄 수 있다. 매일 400개 이상의 문자가 홍록기를 바쁘게 만든다. 막강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와 방송시간이 겹치지만, 청취자층은 확실히 갈린다.
“‘과거 추억이 생각난다’는 의견이 많아요. 신이 난다고들 말해주시고요. 또 ‘소주 감탄사’ 있잖아요. ‘캬~ 이 노래 좋았지!’라는 반응들이요. 50대 분들도 문자를 보내시는데 그렇게 자기표현을 하시는 것 보고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일단 시작은 성공적인 것 같아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간이라고들 말씀하세요.”(웃음)
‘헬로우 미스터 록기’는 음악이 절대 끊기지 않는 게 모토다. 사연을 읽을 때도, DJ가 멘트를 할 때도 배경음악이 나지막이 깔린다. 1980~90년대 음악에 제대로, 다시 한 번 빠져보자는 의미다. 댄스 음악이 주를 이루는데 말 그대로 낮에 즐기는 나이트클럽인 셈이다.
홍록기는 SBS 파워FM ‘김창렬의 올드스쿨’에서 1년 넘게 게스트로 참여하고, 과거 경기방송에서 DJ를 한 적은 있지만 지상파 메인 DJ는 처음이다.
그는 “과거에는 라디오 메인 DJ를 하기에는 부적합한 목소리였다”며 “낭랑해야 했는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연륜과 경험이 더 쌓였고 이제 완숙미가 느껴지는 진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역시 베테랑 방송인이다. 의자에 앉아서 리듬에 몸을 맡겨 음악을 즐기는 걸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모든 청취자가 볼 수 있다. 홍록기는 “전혀 힘들지 않다”며 “좀 더 적응되면 아예 일어나서 진행해야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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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록기의 아내는 모델 출신 김아린(33)씨. 11살 차이가 난다. 홍록기는 “아내가 청명한 목소리를 내라고 매일 아침 주스도 갈아준다”며 “무조건 잘했다고는 아니고 초반에 흥분하면 후반에 목이 걸걸해지니 조절을 잘하라는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깨가 쏟아진다. 어떤 질문을 해도 그는 아내와 연관 지어 답을 이어갔다.
“결혼 생활, 재밌는 것 같아요. 결혼 10년 차 이상 된 분들은 ‘어이구, 나중에도 그럴 수 있나 보자’하는데 저는 좋아요. 사람은 그 시간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 때는 잠옷, 밖에 나갈 때는 외출복….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생활하는 게 제대로 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요. 티격태격하는 것도 다르게 살던 사람이 붙어 있게 된 것이니 차이가 있지만, 서로 잘 맞춰 나가게 되는 것이죠.”(웃음)
홍록기는 애처가 혹은 현명한 남편이다. “결혼 생활 잘하는 법이요? 무조건 와이프 말 잘 들으세요. 형들은 ‘네가 무조건 맞춰주면 안 돼. 기선 제압해야 해!’ 하는데 그건 아니라고 봐요. 와이프가 틀린 거라도 맞춰주면 자기도 그걸 알게 돼요. 그럼 저는 더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는 거거든요.”
라디오가 끝난 뒤 인터뷰를 하며 한 30분이 지났을까. 홍록기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의 아내다. “밖에 있을 때도 자주 통화하는 게 좋은 것 같다”고 웃는다. 영락없는 애처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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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클럽을 운영하며 하루 매출 1억5000만 원을 달성하기도 한 수완 좋은 사업가이니 웨딩사업도 이미 대박 조짐이다. 홍록기는 “결혼하고 나서 와이프 덕인지 다 잘되는 것 같다. 방송도 그렇고, 사업도 잘되고 있다”고 좋아했다.
욕심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바람이 더 있다. 바로 2세가 생기는 것.
“아직 좋은 소식은 없는데 열심히 노력 중”이라고 웃는 그는 “아들 삼 형제였기 때문에 딸이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유쾌하고 활달한 성격답게 “예쁘고 섹시하게 키우고 싶다”고 했다. 얼굴은 자신을 닮지 않았으면 하지만, 몸매나 끼는 자신을 닮았으면 좋겠고, “재밌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는 바람이다. DJ답게 아이가 생기면 태교도 라디오로 하고 싶다. “댄스 음악이 아이에게 긍정적인 쪽으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1993년 SBS 2기 공채 개그맨으로 연예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벌써 20년의 세월을 이곳에서 보냈다. 큰 사건, 사고 없이 사랑받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비결이라고 한다면, 어떤 드라마에서 본 대사였는데요. ‘욕심을 버리면 위태롭지 않다’는 말이 와 닿더라고요. 어릴 때 유명해지면서 그만큼 욕심도 많아졌으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그러면서 성숙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나를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내가 깨끗하지 않으면 못 웃거든요. 화가 날 때는 숨을 쉬고, 힘들다고 생각할 땐 내년 이 시간을 생각해보자고 되뇌어요. 군대에서 각개전투할 때 죽고 싶었는데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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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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