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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비한 기운을 발산하는 ‘마력남’까지 가세했다. 오묘한 선율과 함께 등장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머릿속이 하얗게 혼미해진다. 이들에게 매료된 관객들은 습관처럼 재 관람을 결심하니, 이게 바로 ‘프로페서V’ 임병근과 ‘드라큘라’ 장현덕의 조합이 가진 마법 같은 힘이다.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입소문만으로 전석매진, 연장공연의 돌풍을 일으킨 화제의 창작 뮤지컬. 타고난 천재성으로 일찍 교수 생활을 시작한 프로페서V(임병근). 하지만 수줍음 많은 탓에 사랑하는 여인에게조차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타임머신을 통해 드라큘라 백작(장현덕)을 만난 그는 드라큘라의 유혹에 빠져 모두의 사랑을 받지만 그 대가로 파멸의 길로 치닫는다.
파격적인 소재와 중독성 강한 락음악, 관객들과 직접 호흡하는 독특한 공연 방식으로 이미 수많은 ‘폐인’이 생겨났다. 새롭게 추가된 노래와 편곡된 음악, 한층 화려해진 캐스팅으로 3년 만에 더욱 강렬하게 컴백했다. 이 중심에 바로 임병근, 장현덕이 있다. 두 배우가 만들어가는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어떤 작품일까.
Q. 처음부터 현재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가요?
임병근(이하 임) :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뱀파이어 역할도 탐이 났어요. 하지만 이전에 워낙 진지한 역할만 맡아와 ‘프로패서V’처럼 처음과 끝이 다른, 변화가 있는 캐릭터가 더 끌렸어요. 이미지 변신이 부담도 됐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큰 배움이 될 것 같았어요.
장현덕(이하 장) : 처음엔 ‘프로페서V’가 너무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연출님이 “넌 무조건 뱀파이어야!”라고 못을 박으시더라고요, 하하! 태어나서 뱀파이어를 만난 적도 없고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관념이 워낙 강해 어떻게 새롭게 표현해야 할지 막연하고 고민도 많았어요. 근데 몰입할수록 재미있고 애착이 가는 거예요. 나중엔 오직 뱀파이어만 보였죠.
Q. 그럼 처음엔 서로의 역할을 탐냈던 거네요, 만약 역할이 바뀐다면?
임 : 그런 상상을 참 많이 해보는데요, 막상 뱀파이어들의 연기를 보고 나니 다들 너무 잘해놔서 전 부담스러워 못하겠어요. 하하!
장 :세 명의 서로 다른 ‘프로페서V’를 이미 봤으니까 이들의 장점들을 모두 모아 표현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앞뒤의 반전이 굉장히 강한 캐릭터니까 이 부분을 좀 더 신경 써서 표현할 것 같아요. 훤칠한 외모의 병근이가 어설픈 애교와 어눌한 말투를 할 때 여성 관객들이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런 걸 특히 배워야겠어요, 씨익!
Q. ‘2인극’, 극 전체를 둘이서 끌어가는 데 부담이 컸을 것 같아요
임 : 부담감이 극심했죠. 개인적으로 소극장은 2번째 작품이라 많이 어색했어요.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호흡하다보니까 어색하고 민망하고요. 점차 공연에 적응을 하면서 이런 점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관객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고 반응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분량이 워낙 많아 대사를 빠트리는 아찔한 실수도 했어요. 다행히 첫 공연이라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죠!
장 : 지금 이 극장에서 똑같이 ‘2인극’을 경험해 낯설음은 별로 없었어요. 워낙 가까이에서 관객들을 볼 수 있으니까 그 반응들이 굉장히 궁금했죠.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되니 걱정도 되긴 했지만 즐거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2명만 출연하다 보니, 그 외의 작품 속 인물들에 대해 관객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도록 표현에 신경을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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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 다양한 경우가 있죠. 곤란한 상황은 없던 것 같아요. 오히려 너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셔서 놀라웠어요. 한 관객분은 직접 대사를 애드리브로 쳐주시기도 했고, 노래하는 내내 진지하게 저의 눈을 마주보시는 분도 있었어요. 이제는 재 관람 관객들이 많아져서 굉장히 즐기면서 상황을 함께 연출해주시더라고요. 떨리면서도 즐거운 순간이죠.
장 : 병근이가 가장 부러운 점이에요. 전 무대 뒤에서 중간 중간에 등장하기 때문에 호흡 장면을 볼 수 가 없거든요. ‘이런 대사를 칠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늘 궁금해요. 마지막에 한 번 제가 관객들의 뒤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최대한 관객들과 호흡하기 위해 손톱으로 쓰다듬는 등 스킨십을 시도해요. 이제 더 과감하게 해보려고요!
Q. 두 사람이 유난히 스킨십도 많던데, 민망하진 않던가요?
임 : 연습할 땐 물리거나 하는 장면들을 실제로 하진 않고 시늉만 했어요. 둘이 왈츠를 추며 애매한 분위기를 내는 장면도 있는데 그땐 참 감정이 오묘하죠. 뱀파이어마다 스타일이 다른데 현덕이 형은 좀 적극적인 느낌이라 강렬해요, 하하! 실제 공연에 들어가면 워낙 몰입하니까 별 생각 없는데 리허설 땐 좀 민망하죠.
장 :남자랑 뽀뽀를 하는데 거부감이 없어요. 이미 경험이 있어서요, 하하하! 여장도 하고 요염한 몸짓도 해야 해서 부끄럽다 보다는 그냥 재미있다는 생각으로 즐기고 있어요. 사실 굉장히 아름다워야 할 장면을 제가 하면 웃기다고 해서 아예 제 콘셉트로 잡았어요. 공연을 진행하면서 색깔을 더 선명하게 잡아가는 것 같아요. 섬세함을 표현하기 위해 대부분 손을 많이 쓰고 있고 눈빛에 신경을 써요.
Q. 여성 관객이 95%! 마니아층이 두터운데,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임, 장 : 가장 큰 건 단연 작품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이겠죠. 좋은 노래와 스토리는 기본이고, 다섯 명의 배우들의 조합이 보여주는 색다른 매력? 소재 자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다보니 신선함이 있는 것 같아요. 관객들과 호흡하는 신이 워낙 많아서 이 부분 역시 큰 강점이고요.
Q. 서로에게 배우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임 : 현덕이 형은 정말 집중력이 뛰어난 배우에요. 연습할 때도 본 공연을 하는 것처럼 그 역할에 완전히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연구력 역시 남달라서 뜨거운 열정 같은 게 느껴지는 사람이에요. 그런 적극적인 모습들이 보면 저절로 자극이 되죠.
장 : 병근이는 저와 성격이 정반대라 모든 면이 신기해요. 나이에 비해 의젓하고 여유가 있는 게 최대 장점이에요. 저는 좀 방정맞고 도전의식도 큰 편인데 병근이는 큰 기복 없이 안정감이 있고 신뢰감이 있어요.
Q. ‘마마 돈 크라이’. 두 배우에게 각각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임 :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게 된 계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혀 준 의미 있는 작품이에요. 기존에 나에 대한 어떤 고정화된 이미지를 갖고 있던 관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기대감을 줄 수 있는 ‘터닝 포인트’라고 할까요? 이번 작품을 통해 강한 도전의식이 생긴 것 같아요. 덕분에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고요. 다음에는 더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 : 배우들이 대부분 전작의 반대되는 모습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이번 작품은 제게 이와 같은 어떤 법칙에서 벗어나게 해준, 자유로운 작품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매번 한 캐릭터를 맡으면 일상에 크게 영향을 미쳐요. 우울한 역할이면 실제 우울하게 살고 그런데, ‘마마 돈 크라이’는 그렇게 유쾌한 작품도 캐릭터도 아닌데 늘 저를 즐겁고 재미있게 해줬어요. 타 작품에 비해 굉장히 오픈된 ‘커튼콜’ 덕분이 것 같아요.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관객들과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극 속에 빠져있던 무언가를 털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 어떤 작품보다 제게 유쾌함을 준 것 같아요.
한편,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당초 5월 26일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최근 6월 2일까지 일주일 연장 공연을 확정지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12세 이상 관람. 100분.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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