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열정이요? 그걸 어떻게 잴 수 있겠어요. 열정이 크지 않았다면 절대 ‘전설의 주먹’에 캐스팅되지 못했을 거예요. 저희 모두 열정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뜨거운 남자들이니까.(웃음)”(박정민·이정혁)
강우석 감독 신작 ‘전설의 주먹’은 황정민·유준상·윤제문·정웅인의 명성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이들의 학창시절을 연기한 신인배우들의 인기가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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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황정민(임덕규 역)의 아역 박정민(26)과 정웅인(손진호 역)의 아역 이정혁(28)은 불순물 없는 정제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박정민은 불의와 정의를 넘나드는 인물의 이중적인 면을, 이정혁은 상냥한 얼굴 뒤 숨겨진 비열함을 절제해 표현했다.
“덕규는 원래 선한 인물이 아니에요. 누구보다 선해 보이지만 어릴 땐 복싱, 성인이 돼선 딸 때문에 참고 산거예요. 그래도 덕규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인생을 바로 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마지막까지 덕규는 좋은 아빠니까요.”(박정민)
“진호는 비열함이 뭔지 돈이 갖는 권력이 뭔지 잘 몰라요. 그냥 처음부터 재벌 3세였으니 어떤 일에든 거침없는 거죠. 진호가 성인이 돼서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시는데, 그게 당연해요. 그렇게 40여년을 살아왔으니 자연히 악랄해진 거겠죠.”(이정혁)
두 사람은 전국 방방곡곡 무대인사에 나서며 관객을 만나고 있다. 배우가 된 이후 이런 인기는 처음이다. ‘전설의 주먹’이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충무로의 대형 신인 등장’이라는 말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배우가 되기까지 지나온 날을 떠올리면 지금이 그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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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하게 생긴 걸로 연기자 된 거냐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싫었어요. 실력을 키우고 싶었어요. 군 제대 후 학교생활(연영과)에 목숨을 걸었죠. 누구보다 치열하게 연극 무대에 섰고 힘든 시기를 지나 여기까지 왔어요.”(이정혁)
이정혁은 “스무살 때 허황된 꿈을 심어준 제작자가 있었다”면서 “막상 소속사에 가보니 말이 달라지더라. 연기는커녕 노래를 하라고 해서 박차고 나왔다”고 지난 일을 돌아봤다.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소속사 로엔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게 됐다. 그가 속한 연기자파트엔 현재 작품 활동을 하는 배우가 없다. 김석훈, 조한선 등 모두 차기작을 신중히 고르고 있는 상황인 것. “내가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며 눈을 빛낸다.
박정민은 영화 ‘파수꾼’으로 주목받는 신인이 됐지만 이후 이렇다할만한 배역을 따내지 못했다. 반면 함께 출연했던 이제훈은 어느새 스타가 됐다. “처음엔 제훈형만 저만치 앞장서 가니까 조급증이 났어요. 하지만 우린 카테고리가 다른 배우더라구요. 마음이 놓였어요. 갈 길이 다른 거니까. 어쨌든 이제훈은 정말 잘해요. 같이 연기하기 무서울 만큼, 또래지만 존경할 만큼.(웃음)”(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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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스물아홉이 됐어요. 스물여덟이면 뭔가 이뤘을 거라고 믿었는데, 오히려 스물여덟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느라 정신없었어요. 꿈꿨던 대로 인생이 풀린 건 아니지만 지금 꽤 좋아요. ‘배우’로서 이제 도약할 일만 남았으니까요. 앞으로가 기대될 뿐이에요.(웃음)” (이정혁)
패기만만한 두 청년은 신인배우의 풋풋함만으로 설명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들의 인생 여정에 대한 성실함은 자신감의 다른 이름이었다. 같은 배우로서, 동년배 남자로서 서로 충분히 반할 만했다.
“정민이가 생각하는 이제훈이요? 제게는 정민이가 그런 존재에요. 정민이의 인생스토리 사이사이 녹아있는 내공들이 부럽달까. 동생이지만 배울 점이 정말 많거든요. 연기 잘하는 건 옵션이구요.(웃음)”(이정혁)
“형의 말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웃음) 전 제훈형을, 정혁형은 저를 ‘그런 존재’로 생각하니까 앞으로 정혁형이 제훈형에게 ‘그런 존재’가 되는 훈훈한 삼각구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서로 자극이 되는 발전하는 삼각관계(!)요.”(박정민)
같은 꿈을 향해 달려 나가는 이들의 전설은 이제 막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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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염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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