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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데뷔, 올해로 15년째 해체나 불화 없이 여섯 멤버 그대로 활동해오고 있으니. 가요계의 ‘무한도전’이라는 수식어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선후 관계로 따지자면 ‘무한도전’이 방송계의 ‘신화’인 셈이라 해야 옳겠다.
4월 가요계가 싸이-조용필-로이킴 순으로 사실상 3등분 됐다면 5월엔 그야말로 가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포미닛, 샤이니, 2PM, B1A4 등 걸출한 아이돌을 비롯해 월초부터 ‘미스코리아’를 선공개한 이효리의 아성에 가요계는 숨죽였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으로 음원 최강자로 떠오른 악동뮤지션도 만만치 않았다. 여기에 호기롭게 컴백 출사표를 던진 신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들은 결코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닌, 역시 신화였다.
데뷔 15주년을 맞아 이달 중순 발매한 정규 11집 ‘더 클래식(The Classic)’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타이틀곡 ‘디스 러브’로 케이블에 이어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음반 발매에 앞서 만난 이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이 역력했다. 컴백을 앞둔 부담감이 적지 않을 법 한데, 말로는 “부담된다”지만 여느 아이돌 그룹들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졌다. 그야말로 ‘기분 좋은 부담감’이다.
“분위기가 좋아요. 무조건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보다는, 우리도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만큼 공개하고 보여드린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느낌입니다.”(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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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역시 고급스럽다. 패기 넘치는, 혹은 멋스러워 보이고자 노력하는 아이돌의 그것과는 또 다르다. 자연스럽게 풍겨나는 카리스마란 것은 현재로서 그 어떤 아이돌도 아닌, 신화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다.
그들 스스로도 “신화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안무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30대 신화가 지닌 고유성이나 브랜드를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연장선으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무대에서는 기분 좋은 반전이 있을 겁니다. 음악은 비슷하더라도 무대를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30대 남자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섹시미, 절제미랄까요.”(에릭)
오랜 기간 활동하며 쌓아온 신화라는 팀의 컬러도 점점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멤버 전원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돌아온 지난 해 일종의 ‘컴백 특수’를 누렸다면 올해는 그 어떤 타이틀도 필요 없는 자연스러운 컴백이다.
물론 15년이라는 기록은 한국 아이돌 그룹 역사에 길이 남을 금자탑임이 분명하지만, 매 년 해가 더해가는 과정을 놓고 본다면 특별하다면 특별한, 특별하지 않다면 특별하지 않은 숫자기 때문이다.
“작년에는 컴백 특수를 좀 받았는데 이번에는 진짜, 가요계 선후배들과 음악과 무대로 평가받게 돼 고민도 많았고, 막판까지 부담감이 심했죠.”(에릭)
오랜 고민과 논의의 끝은 분명 존재했다. “음악적으로나, 무대로나 파격적인 새로움을 줬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던 그들의 예감은 적중했다. 신화를 롤모델로 꼽으며 고군분투하는 후배들도 저리 갈 정도의 무서운 존재감으로 가요계를 파고든 이들은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한 해 또 한 해, 켜켜이 쌓인 15년의 시간은 여전히 그들을 빛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룹이라면 흔히 불거질 법한 일명 ‘불화설’도 비껴갔다. “어렸을 땐 치고박고 많이 했다”는 발언도 이제는 허허 웃으며 할 수 있는 ‘멘트’다. 그 긴 시간을 동고동락하면서, 신화는 참 많이 컸다(!).
“20대를 정신 없이 달려왔다면, 군 복무를 전환점으로 제 2막, 챕터 2가 시작된 셈이죠.”(민우) 그동안 조력자의 손을 많이 거쳐왔다면, 지금은 멤버 개개인의 역량이 늘어난 만큼 그 역할도 커졌다. 앤디는 “데뷔 때는 옷을 입혀준 사람이 있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입고 멋을 내는 시기인 것 같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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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출발점에 설 때면 늘 ‘초심’이다. “작년에 ‘신화 리턴’으로 오랜 공백을 딛고 돌아왔다면 이제는 또 다른 시작인 것 같아요. 멤버 개인의 색이 더 뚜렷해지고, 그 과정에서 신화만의 색이 만들어지는 걸 연출한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거죠. 후배들도 우리를 바라볼 때 ‘대상’ 가수의 느낌보다는 신화만의 느낌으로 볼 수 있다는 거랄까요.”(앤디)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만능돌’의 시초가 된 것은 물론, JTBC ‘신화방송’을 통해 초, 중학생까지 팬층을 확대한 이들이지만 누가 뭐래도 오랜 시간 한결같이 사랑해준 팬들은 늘 힘이 되는 고마운 존재다.
특히 신화와 함께 청춘을 보냈던 세대는 어려운 현실 앞에서 ‘3포 세대’가 돼 가고 있다. 이에 대한 신화의 마음도 궁금해졌다.
“에코세대로 불리던 분들이 취업난에 시달리고 결혼도 못 하는 현실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게 또 사는 건, 우리도 늘 평탄치만은 않았거든요. 입방아에 오를 때도 있었고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실패하고 문제가 있었어도 같이 하고 꾸준히 하고 있다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팬들과 그렇게 서로 공존해 가고 싶습니다.”(동완)
많은 꿈을 꿨고, 또 이뤄가고 있는 이들이 신화로서 꼭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일까.
“음, 아직 결혼한 멤버가 하나도 없는데, 2세들이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요. 비슷한 시기에 다 태어나서, 같이 만나고, 2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어떨지 궁금하고요. 그런 시간이 많이 기대되요. 무대에서 노래할 때, 무대에 애기들을 안고 온다거나 하면 어떨까요?(웃음)”(민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신화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