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노을이 질 무렵. 1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이문세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대.한.민.국 이문세’를 찾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시작부터 스크린으로 자신의 노래에 맞는 안무를 관객들에게 주입시켰고, 수많은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을 이리저리 휘젓고 발을 구르며 이문세를 기다렸다.
드디어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일순간 관객석에는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애국가는 이내 ‘붉은 노을’로 편곡이 되어 있었다. 교묘하게 넘어가는 브릿지가 인상적이다. 또한 ‘붉은 노을’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고, 살짝 간만 봤다.
그렇게 이문세에 푹 빠져 있는 사이 ‘파랑새’ ‘알 수 없는 인생’ ‘난 아직 모르잖아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등 주옥같은 노래들이 쉴 새 없이 흘러갔다.
이문세의 콘서트는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들로 구성된 뮤지컬 ‘광화문연가’도 있지만, 그와는 또 다른 이문세만의 뮤지컬을 만들어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고 이영훈과 이문세의 재회다. 그는 “살아 있다면 이 노래만큼은 직접 반주를 해주지 않았을까”라며 피아노 앞에 섰다. 그러자 피아노 건반은 ‘사랑이 지나가면’을 연주하기 시작하고 그는 그런 건반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가득 뱉어냈다. 눈물 맺힌 눈은 그리웠던 고 이영훈의 손가락이 있을만한 곳에 머물렀고 행복함까지 묻어났다. 관객들도 이 대목에서 눈물을 훔치느라 손을 바삐 움직였다.
이어 더욱 우렁찬 목소리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대한민국 이문세 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선 이들은 그야 말로 놀라움 그 자체였다. 가수 김태우, 이정, 정준영, 로이킴, 허각, 노을, 이수영, 김완선, 양동근, 알리, 소냐, 가희부터 안성기, 이금희, 김주우, 박슬기, 하지영, 최유라, 박경림, 영화감독 류승완, 개그맨 박수홍, 요리사 에드워드권, 사진작가 조세연, 스포츠스타 박찬호, 우지원, 송종국 등 각계각층의 유명인들이 한 무대에 등장했다. 이렇게 수많은 스타들을 노래 한 곡에 배치하다니, 이문세 정도의 담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끝이 아니라 하모니카 연주가 전제덕이 함께 한 ‘빗속에서’, 김범수와 윤도현의 서로 다른 보이스 톤이 묘하게 어울렸던 ‘그녀의 웃음소리 뿐’, 마지막으로 MBC ‘댄싱위드더스타’를 통해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배우 김규리와 댄스스포츠선수 박지우의 라틴댄스로 펼쳐진 ‘솔로예찬’ 무대까지. 한 시도 관객들의 눈귀를 가만 두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행복하게 만드는 남자, 대한민국을 유쾌하게 만드는 남자, 대한민국에서 공연 제일 잘 만드는 남자 이문세. “매끄럽게, 깔끔하게, 완벽한 공연을 보여드리겠다”고 자부했던 이문세. 이유 있는 자부심이었다.
[MBN스타 박정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