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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을 당하고 사랑을 받지 못했을 때는 상처를 좀 더 표현했으면 했다. 외롭고 차갑고 거친 세계에 살던 남자가 미도를 만나서 녹아내리고 사랑을 느끼고 사랑의 표현이 시작되는 감정선은 ‘깡패’ 한태상과 차이가 너무 크다. 사실 초반에는 이렇게까지 보여도 될까 생각을 많이 했다. 얼굴에 팩을 붙이는 것 같은 장면들은 사실 내가 볼때 닭살스웠다.”
하지만 상당수의 시청자들이 극 중 한태상에게 공감을 표했다. 단, 극의 후반부가 다소 다급하게 진행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그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미 시놉시스 단계부터 충분히 다양하게 고려됐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엔딩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배신당한 한태상이 밑바닥까지 가서 만약 미도를 죽였다면, 어머니와 바람난 남자를 죽인 것도 한태상이었다면, 그렇게 한태상이 더 악하게, 더 미친 사람으로 이야기가 끝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한태상이 죽거나 정신병원에 가는 것으로 결말이 났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송승헌은 드라마의 결말에 결국 동의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김상호 PD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문제가 아니고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라 송승헌이 보이는 것 같아서 문제’라고 지적했던 말이 기억난다. 김 PD는 ‘한태상은 송승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그 주문은 충분히 이룬 것 같다. 놀랍게도 그 방향이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아 만족한다.”
그는 예전의 자신이었다면 이런 캐릭터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에게 불같이 화를 내고 심지어는 거칠게 행동하는 연기는 하지 못했을 것 같다는 뜻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데 무조건 퍼주고, 그러다가 주변인물들도 어려움에 빠지게 하고‥. 그게 한태상의 사랑이다. 사랑에 미친거다. 그리고 드라마라는 건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정말 힘들게, 정말 힘들게 사랑을 해야 드라마가 될 것 아닌가.”
냉정하게 말해, 배우는 작품의 도구다. 송승헌이 작품을 위해 존재해야지 작품이 송승헌을 위한 것이 돼선 안된다. 송승헌은 미도를 죽이고 싶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결국 송승헌이라는 배우가 작품에 온전히 들어갔다는 증거기도 하다. 송승헌이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배우’라는 인식을 깊숙이 심을 수 있었던 이유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