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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물론 며칠씩 밤을 새며 이어지는 촬영 스케줄에 시달리고 있었던 시기지만 공식석상에서 눈물을 주체 못할 만큼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걸그룹 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이후 가수 활동과 연기자 생활을 병행하면서 그 정도의 스케줄은 그녀에게 어쩌면 익숙하고 당연한 것이었다. 사실 그냥 눈물이 났을 뿐이다. 그냥 웃음이 나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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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도 제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어요.(웃음) 복합적인 것 같아요. 잠도 못자고, 부담감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생각해보면 그런 부담감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하고. 제가 생각하는게 잘 전달이 되지 않고, 내 마음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많긴 하거든요. 그래서 그랬나?”
수지가 출연한 드라마 ‘구가의서’는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얻은 ‘국민 첫사랑’이라는 이명에 정점을 찍은 듯한 작품이다. 수지가 연기한 여울의 표정 하나하나는 생명력이 넘쳤다. 극 중 사랑하는 강치(이승기 분)를 바라보는 눈빛과 미소는 햇살이 쏟아지는 듯 했다.
“실제로 이 작품 하면서 여울의 시각에서 강치를 사랑했던 기분이었어요. ‘건축학개론’ 때는 사실 연기하기 급급하고 감독님 말 생각하고 대사 외우는데 정신이 없었어요. 이번 ‘구가의서’에서는 여울이의 눈으로 강치가 보이는 걸 느꼈죠. 저 스스로가 신기할 정도로요.”
하지만 다른 몇몇 배우들처럼 작품 속 감정이 작품 밖으로까지 이어지지 않나보다. 작품 밖 이승기는 수지에게 ‘배려심 많고 잘 챙겨주는 좋은 오빠’까지란다.
이번 작품을 통해 수지는 단순히 아이돌 출신의 성공한 여배우라는 인상을 넘어 20대 초반 여배우 중 원톱(One top) 임을 입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20대 여배우 기근에 단비 같은 존재다.
“너무 행복한데, 그게 또 너무 두려운 거예요. 대중들이 너무 사랑해주고 너무 고맙고 감사한데, 또 그렇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하고 뭔가 더 해야 하고 완벽해야 할 것 같은 거죠. 사실 영원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인기란 건 오르락내리락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힘들지만 감사해하자는 생각으로 버티는 것 같아요. 사실 투정부릴게 아니다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 생각을 못하니까요. 그래서 정신줄 잘 잡는 게 중요한 거죠.”(웃음)
수지의 매력은 애써 꾸미거나 초연한 척, 담담한 척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카메라 밖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는 듯 한 몇몇 배우들과 수지의 가장 큰 차이다. 두꺼운 화장 안쪽에 얼굴이 영원히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거리감이 수지에겐 없다. 수지가 갑작스럽게 눈물을 펑펑 쏟던 날도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그 눈물이 순수함이라는 의미에서 더 예뻐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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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예쁘게 태어나면 어떤 기분이냐’고 물었더니 박장대소 하면서 대답한다. “예쁘다는 말 들으면 늘 기분이 좋네요. 그 말은 질리지도 않아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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