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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랩몬스터를 비롯해 슈가, 진, 제이홉, 지민, 뷔, 정국으로 구성된 7인조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 6월 데뷔 미니앨범 ‘투 쿨 포 스쿨(2 COOL 4 SKOOL)’ 가요계 신고식을 치렀다.
스타 프로듀서 방시혁이 키운 아이돌 그룹으로 일명 ‘방시혁의 아이들’로 불리기도 한 이들은 데뷔 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해 온, 팬덤 쪽으로 본다면 ‘중고 신인’에 가깝기도 하지만 “아직은 데뷔를 한 건지 실감이 안 난다”는 햇병아리 같은 소감을 내놨다.
타이틀곡 ‘노 모어 드림’은 꿈 없이 막연하게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꿈을 갖자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담은 곡. 청자의 연령대가 비교적 명확하게 정해진 탓에 20대 이상의 음악팬들에게는 어린 나이의 ‘치기’로 느껴질 법 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가 보통이 아니다.
공부가 밥 먹여주는 세상이 아닌데도 여전히 공부만을 요구하는 현실에 대해 언급하자 “사실 학창시절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는 랩몬스터가 말문을 열었다.
“과거의 저는 공부가 중심인 시스템 속에서 순종하며 살았습니다. 공부 말고 다른 것을 하려니 막막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세상엔 공부 말고 더 재미있는 일들이 많더라고요. 사실 저도 중 3 땐 꿈이 없는 학생이었는데 과거의 저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며 무대를 꾸미고 있습니다.”
랩몬스터와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놓은 멤버도 있다. “저는 반대로 어려서부터 꿈이 확실했어요. 중학교 때부터 춤이 너무 좋아서 시작하게 됐는데, 여러 가지 직업에 관심을 갖다가 가수에 관심을 갖게 됐죠. 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담아 노래 하고 있습니다.”(제이홉)
꿈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가진 멤버들이 뭉친 만큼 직접 쓰는 가사 작업 중에도 치열한 고민과 토론이 이어진다는 이들은 말 그대로 21세기 아이돌이지만 음악에서는 왠지 90년대 감성이 느껴진다. 90년대생이 들려주는 90년대 감성이라. 방탄소년단이 생각하는 90년대 감성이란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는 90년대 감성은, 지금보다는 조금 투박한 것 같아요. 더 직설적이고요. 최근의 음악은 퓨처리즘이랄까, 미래 지향점도 많고, 상징적으로 돌려 말하거나 하나의 주제를 다른 말로 돌려 말하기도 하지만 90년대 음악은 돌직구처럼,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것을 강렬하게 표현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방탄소년단 역시 그런 느낌을 가져가고 싶고요.”(랩몬스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비장의 무기도 꺼내놨다. “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요. 지금 30대인 분들도 10대, 20대의 시기를 겪으셨고, 옛날 10대의 고민도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거든요. 저희의 음악을 들으면서 30대들도 ‘저 땐 저랬었지’ 하고 와 닿을 수 있게 쓰는 데 늘 신경쓰고 있습니다.”
이제 갓 가요계 발을 내딛은 신인이지만 음악 외 하고 싶은 일 또한 다양하다. 먼 미래 이들이 꿈꾸는 또 다른 삶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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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음악을 100살까지 하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은 다른 일도 하게 되겠죠? 음, 저는 건물을 사서 세를 주고 살고 싶어요 하하.”(랩몬스터)
“저는 귀농해서 여유롭게 살고 싶어요. 중3 때 두 달 정도 농사를 지어봤거든요.”(진)
“아.. 저도 농사를 지어봤지만, 커서까지 하고 싶진 않아요.(웃음) 저는 연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주인공의 친구 역할로 시작해서 언젠가 주연에도 도전하고 싶어요.”(뷔)
“저 역시 연기를 꼭 하고 싶은데요, 부모님들이 좋아하시는 캐릭터, 가령 1등 사윗감 같은 역할은 꼭 해보고 싶어요 하하.”(진)
“저는 저 스스로 작사, 작곡을 다 해서 노래를 꼭 내놓고 싶고요. 그림도 그리고 싶습니다.”(정국)
요즘 가요계는 그야말로 ‘살아남는 것’이 목표가 될 정도로 각박하고 치열하다. 이 같은 환경에 부담감도 적지 않지만 방탄소년단은 당당하다.
“힙합 아이돌로 나온 만큼 우리는 10대와 20대 사이 아이콘이라고 생각해요. 10대를 대변하고 이끌어주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힙합 가수들의 본질에 맞는 팀으로서 음악을 하다 보면 기존 아이콘으로서의 아이돌에 대한 향수를 가진 분들도 좋아해주실 것이라 생각하고, 그러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자신해요.”(랩몬스터)
신인상, 음악 프로그램 1위 그리고 트리플크라운 등 보다 구체적인 꿈을 꺼내놓은 방탄소년단은 “언젠가 힙합 팀 하면 방탄소년단으로 통할 정도로 성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 역시 여느 신인그룹과 같이 ‘이 세계’가 만만치 않은 곳임을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다.
“장난이 아니구나 싶고, 생각보다 힘들어요.”(슈가) “생각보다 더 무섭고 치열하고, 마치 전쟁터 같아요. 또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 누군가 지켜보고 있다 생각하니 더 긴장하게 됩니다.”(랩몬스터)
그렇지만 이들이 누군가. 그냥 소년도 아닌 ‘방탄’소년단 아닌가. 총성 없는 전쟁에서 이들을 지켜주는 것은 바로 팬, 멤버들 그리고 이들을 당당하게 감싸줄 ‘실력’이다.
“연습생 시절 처음 우리 이름이 정해졌을 땐 스스로를 방탄소년단이라고 소개하는 게 어색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도 절대 부끄럽거나 민망하지 않은, 상징적인 이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방탄노년단이라는 이름으로까지 활동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하하.”(슈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