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성)진환씨와 안 하려 했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음악의 본질과는 상관없는 일 아닌가 싶더군요. 남자친구라고 배제하는 건 오히려 역차별일 것 같았어요. 그는 노래를 너무 잘 하는 사람인데, 내가 남들의 편견이 무서워서 배제하는 건 아닐까. 프로듀서로서 오직 노래만 생각해서는 최적의 보컬이라는 판단에 함께 불러봤죠. 결국은 오지은과 성진환이 부른 노래이긴 하지만, 제 생각에는 다른 지점인 것 같아요.”
실제 연인이 부른 러브송으로 두고두고 회자될테지만, 각자 영역에서 분명한 커리어를 쌓은 두 남녀 뮤지션의 듀엣송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을 것 같은 느낌이다.
사적인 감정는 잠시 뒤로 하고 철저히 프로듀서 대 가창자라는, 프로 대 프로로 녹음에 임했기 때문일까. 녹음 당시 분위기는 그리 달달하지만은 않았다는 게 오지은의 설명이지만 결과물은 더 없이 풋풋하고 달콤하다.
‘단 한 번의 느낌으로 녹음을 끝냈다’는 녹음 에피소드도 언젠가부터 하나의 레퍼토리처럼 소개되고 있지만, 걸출한 보컬리스트 성진환을 피처링 주자로 택했음에도 녹음은 몇 번에 걸쳐 진행됐단다. 이유인 즉 “노래를 너무 잘 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너무 잘 부르는 거예요. 성진환씨 특유의 보컬 스타일대로, 너무 잘 불러버리는 거죠. 그런데 곡의 느낌은 그게 아니니까, 이런 저런 주문을 했어요. 좀 멋있는 과방 오빠처럼 해달라 주문했는데 그 느낌대로 불러줘서 완성하게 됐죠.”
성진환과 4년째 교제 중인 오지은은 절친한 동료 뮤지션 정인-조정치 커플을 지원사격 하기 위해 지난 4월 MBC ‘우리 결혼했어요4’에 동반출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관계라지만 실제 연인 사이라는 사적인 관계가 전파를 타고 공식적으로 비춰지는 것은 한편으론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정인-조정치 커플의 첫 방송을 위함이라는 러브콜에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지금까지 저희가 방송에 같이 나간 적은 없었어요. (연인 사이라는 게 각인됨으로써) 각자의 공연을 보러 온 관객들의 감상을 방해하는 건 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감상이 방해되는 측면과 비교한다 해도, 정인 언니를 도와주는 게 당연히 더 큰 일이라고 생각하고 흔쾌히 방송에 임했습니다.”
오지은을, 그리고 그 자신의 음악을 사랑해주는 관객들에 대한 믿음과 고마움 또한 한 몫 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든 노래를 들었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든다면 제 음악에 힘이 부족한 거죠. 그렇지만,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확실히 별개로 느껴주셔서 팬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한편 오지은은 20일 오후 7시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정규 3집 발매 기념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