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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전투기로 사용했던 ‘제로센’의 개발자 호리코시 지로의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제로센’은 가미가제 특공대가 쓴 전투기로도 잘 알려져 있어, 이번 작품의 주인공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26일 오후 일본 도쿄도 코가네이시에 위치한 ‘니바리키’(二馬力·감독 개인 아뜰리에 명칭)에서 한국 취재진과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를 만들 때가 일본의 버블경제가 최고조에 이를 때였다”면서 “당시 이 사회가 어떻게 될까란 우려가 컸다. 그 마음이 작품으로 나온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우리가 보통 머리카락이 ‘팍’하고 선다고 하지 않나. 그렇다고 머리카락이 진짜 서지는 않는다. 그 미묘함의 차이”라며 “나는 미묘함을 발견할 때 다른 세계가 열린다고 믿는다. 내 영화의 겉모습보다는 그 속의 미묘함을 봐주길 바란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미야자키 감독은 세계 2차 대전의 미화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호리코시 지로는 군의 요구를 받으면서도 그에 대항해 살아온 인물이었다”며 “그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 죄를 같이 지고 가야 한다고 말해야 할까? 전쟁에 반대한 나의 아버지 역시 전쟁에 일조했지만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한다. 그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그 그림자를 업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순간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짚었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왔다고 해서 죄가 단죄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를 들어 나는 ‘이웃집의 토토로’라는 작품을 만들었을 때 어린이들이 밖에서 뛰어 놀길 바랐다. 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TV를 보는 상황이 됐다. 열심히 한다고 좋은 결과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한다. 간단히 정리할 수는 없다”고 고뇌했다.
미야자키 감독은 아울러 최근 불거진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은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 그 시대 일본군부가 일본군을 귀하게 여기지 않아서인지 다른 나라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고 본다. 그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이 애니메이션은 지난 20일 일본에서 개봉해 6일 만에 흥행수익 150억 엔(약 1681억 원)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8월 28일 개막하는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9월 초 국내 개봉한다.
[도쿄(일본)=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향희 기자 happy@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