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두정아 기자] 아직도 마이크를 세워두고 ‘흔들린 우정’을 열창하던 모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의 히트곡 ‘흔들린 우정’은 홍경민이라는 이름을 널리 대중에게 인식시킨 노래이지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묻힌 오래된 기억이기도 하다.
데뷔한 지 15년을 훌쩍 홍경민은 당시 화려한 스포츠라이트를 받으며 ‘한국의 리키 마틴’으로 떠올랐지만, 지금은 가수라는 타이틀보다 뮤지컬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자연스러울 만큼 공연 무대를 종횡무진 활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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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뮤지컬 ‘미스터 온조’에서 출연 중인 홍경민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앨범을 내는 족족 히트한다면 더 좋겠지만, 누구나 기억해주는 대표곡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도 복 받은 것 같다”는 그는 이제는 뮤지컬배우로서의 책임감 하나를 더 짊어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는 늘 끊임없는 도전 중인 것 같아요. ‘흔들린 우정’으로 내 음악 인생의 큰 변화를 겪었다면, 최근에는 통기타 공연을 통해 다시 음악적 성향이 포크 쪽으로 바뀌었죠. 유행에 역행하는지는 몰라도 어쿠스틱 느낌이 점점 좋아지네요.”
KBS ‘불후의 명곡’을 통해서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보이고 있는 그는 요즘 뮤지컬의 매력에 푹 빠져있다. 홍경민은 ‘미스터 온조’에서 어머니 소서노를 존경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인물이자, 달꽃무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점점 홀로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온조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미스터 온조’는 지독한 운명을 타고난 온조가 운명의 길목에 서있는 아름다운 여인 달꽃무리를 만나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와 백제건국의 서사시를 그린 작품. 고구려 주몽의 세 번째 아들이자 새로운 나라의 건국 운명을 지닌 청년 온조의 삶을 다룬 뮤지컬이다.
“역사를 강조하기보다는 한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는 이야기예요. 갈등하고 고민하며 깨닫게 되는 성장통 같은 이야기죠. 새 제국을 건설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그 과정이 대하 사극처럼 딱딱한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 차 있죠.”
‘미스터 온조’는 사극이라는 장르가 주는 무게감과 창작 뮤지컬 특유의 신선하고 개성 있는 노래가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홍경민이 연기하는 온조는 매번 절박한 상황에 맞닥뜨리면서도, 비장한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이 돋보이는 노래를 부르며 위기를 헤쳐나간다. 특히 오프닝의 ‘천명’은 장엄하고 서정적인 노래로, ‘미스터 온조’의 전체 분위기를 압도하는 중요한 곡이자 홍경민이 가장 손꼽는 곡이기도 하다.
앞서 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와 ‘원효’ ‘신 행진 와이키키’ ‘동물원’에 출연했던 홍경민은 이번에도 창작 뮤지컬을 맡은 것에 대해 “창작뮤지컬의 매력은 우리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초연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며 “물론 대작에 비해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작품이 성장해가고 계속 만들어 간다는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는 면도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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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저는 운이 좋게도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적응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남다른 끈끈한 동료애라던가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이질감도 느끼긴 했었죠. 공동작업이라는 생각이 가장 중요한데, 본인 무대만을 준비하는 가수 생활과 달리 굉장히 많은 사람과 준비하기 때문에 융화되는 게 중요하거든요. 무대에서의 호흡을 위해 연습 과정부터 잘 지켜야 하는데, 한편으로는 ‘가수 출신’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뭐든 본인 하기 나름이에요.”
뮤지컬과 방송 출연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욕심은 여전했다. ‘1년 이상은 쉬지 말자’는 것이 가수로서의 철학이란다. 창작 뮤지컬에 계속 출연하다보니 언젠가 재미있는 작품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음악이 그의 인생이라면 뮤지컬은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가수가 멈춰 있는 건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히트곡을 내는 것만큼 계속 작업하고 발표하는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을 통해 그리고 신곡을 통해 내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하는 것이 오랜 팬들에 대한 예의이자 의리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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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현지 기자 |
두정아 기자 dudu081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