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무협 영화 장르의 새 지평을 연 명장 왕가위 감독의 신작 ‘일대종사’에 배우 송혜교가 출연한다는 소식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이미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바 있는 양조위, 장쯔이, 장첸과 호흡을 맞춘다는 것 역시 흥미로웠다.
‘일대종사’는 왕가위 감독의 9년만의 신작으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위대한 무인 엽문과 그를 사랑한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렸다. 송혜교는 극에서 엽문으로 분한 양조위의 아내 장영성 역을 맡았다. 정숙하고 품행이 조신하며 비극적인 상화에도 결코 품위와 기품을 잃지 않는 강인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다. 주인공 엽문의 아내 역에 캐스팅 됐기에 ‘일대종사’에서 보여줄 품위있는 연기에 대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송혜교는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을 오가며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드라마 ‘가을동화’ ‘호텔리어’ ‘올인’ ‘풀하우스’ ‘그들이 사는 세상’을 거치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으며 조인성과 열연한 ‘그겨울, 바람이 분다’는 송혜교의 5년 만에 안방극장 복귀작이다. 긴 공백에도 섬세한 감정연기와 보는 이들을 단번에 매료시키는 마력으로 당시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손에 거머쥔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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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종사’에서 송혜교가 엽문의 아내 장영성 역을 맡았다. 그러나 너무도 적은 분량과 대사 아닌 오직 눈빛연기 때문에 적잖은 실망감을 안기기도 한다. 사진=일대종사 포스터, 스틸 |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는지, 송혜교의 연기는 너무도 진부했다. 엽문의 아내라는 강점에도 너무도 짧은 비중은 아쉬움을 안겼고, 그녀의 연기가 눈에 들어오려는 찰나, 양조위와 장쯔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고귀하게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송혜교의 모습을 중심으로 양조위가 내레이션으로 “나의 아내는 말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눈으로 통한다”고 했을 때 대충의 비중을 짐작했지만 너무도 허무하게 스크린에서 송혜교가 사라졌다. 나오겠지, 나오겠지 기대를 해봐도 여전히 극은 화려한 무협장면과 양조위, 장쯔이 중심의 이야기뿐 이다.
초반에 송혜교는 양조위와 다정하면서도 애틋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러나 “사랑해요”라는 지극히 감정이 담긴 대사보다는 애절한 눈빛을 서로 교환하며 이 부부만의 애정표현을 시작한다. 연한 화장 덕분인지 수수해 보이는 눈을 한 송혜교의 모습은 말 그대로 현모양처다. 살고 있는 집을 빼앗기는 상황에도 품위를 유지하며 여전히 말보다는 눈빛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눈빛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짧은 비중과 눈빛 연기만으로는 그녀의 연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고 오히려 허무함만을 안긴다. 굳이 눈빛으로 이야기를 할
다행히 송혜교의 미모는 눈부시게 빛나 연기와 비중으로 받은 충격을 조금은 치유해준다. 오는 22일 개봉.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