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만일 내가 백만장자가 되고 그 상황에서 정말 좋은 작품을 찾게 된다면, 설령 망했을 때도 내 아내와 내 자식들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어놓아 가족들의 삶이 안전할 수 있다면 그때는 주연을 한 번쯤 하고 싶어요.” (2010.10.23. KBS2 ‘승승장구’)
성동일은 바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명품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혹은 공포스럽게 만든다. 최근에는 예능까지 진출해 활동의 폭을 넓혔다. 그러나 최근 그에게 가장 의미있던 작업은 무엇보다도 영화 ‘미스터 고’에서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아내와 자식들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돈을 벌어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성동일은 이제 ‘명품 조연’과 주연 사이를 오가는 배우의 위치를 점했다.
◇ ‘명품 조연’이 만들어지기까지…
1991년 SBS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한 성동일은 이후 다수의 작품에 출연, 안정적인 연기를 무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려 나갔다. 지금은 ‘명품 조연’이라는 수식어로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성동일이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성동일이 걸어와야 했던 무명의 설움은 너무나 길었다. 무명시절 성동일이 10년 간 벌었던 돈은 120만원, 연봉으로 환산하면 고작 12만 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였으니 그 시간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는 굳이 서술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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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은 바쁘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명품 조연’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청자들과 관객들을 울리기도, 웃기기도 혹은 공포스럽게 만든다. ‘명품조연’으로 불렸던 성동일은 어느새 주연 사이를 오가는 배우의 위치를 점하며 화려하게 꽃을 피우고 있다. 사진=이선화 기자 seonflower@mkculture.com |
그러다 98년 드라마 ‘은실이’에서 동네건달 ‘빨간양말’ 양정팔 역을 맡게 된 성동일은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내 멋대로 해보자’라는 마음에 그동안 응축시켜놓았던 애드리브 본능을 폭발시켰다. 그 결과는 뜨거웠다. ‘빨간양말’로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그는 그제야 대중에게 자기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
배우 성동일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2010년 방영됐던 KBS2 드라마 ‘추노’일 것이다. 극중 조선 최고의 추노꾼 대길(장혁 분)을 질투해 그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악역 천지호로 변신했던 성동일은 마지막까지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이전에 보여주었던 코믹한 이미지를 지우고 시청자들의 뇌리에 배우로서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었다. 성동일에 빠진 시청자들은 “나 천지호야. 천지호”를 외치기만 해도 열광했고, 그렇게 배우로서의 인생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반두홍 역 ‘도망자 플랜 비’ 나까무라 황 역 등을 통해 자신의 장기인 코믹연기를 십분 발휘했던 성동일은 지난해 복고열풍을 불고 올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tvN ‘응답하라 1997’에서 여느 집 가정에서 볼 법한 아버지 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H.O.T 토니에 미친 딸 시원(정은지 분)에게 “딸아 딸아 개딸아”라고 혼을 내면서도, 숙제로 밤을 새는 딸의 모습에 마음 아파하며 몰래 숙제를 해주는 성동일의 모습은 어린 시절 아버지를 추억하게 하며 안방극장을 따뜻하게 물들였다.
이런 성동일은 모습은 ‘팔색조’란 표현 이상의 연기력을 대중들에게 강하게 심어줬고, ‘명품 조연’이라는 말과 함께 ‘주연급 조연’ 등의 수식어가 연이어 붙었다.
◇ 주연에 예능까지…성동일, 인기 수직상승
성동일에게 2013년은 연예인으로서, 배우로서 또한번 대중들과 강한 접촉점을 만든 해로 기억되고 무방하다.
드라마와 달리 아들과 서먹서먹한 사이였던 성동일은 MBC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를 통해 두 가지를 얻게 된다. 아들의 마음과 예능인으로서의 입지다. 성동일 개인으로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게 된 부자 관계를 얻게 되었지만, 대중들에게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날 것’을 보여준 새로운 ‘예능 새내기’를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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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전우치’에서 코믹하면서도 실감나는 연기로 극의 활력소 역할을 담당했던 성동일은 뒤이어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야망으로 점철된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극의 분위기를 장악해 나갔다. 사진=전우치, 장옥정 캡처 |
그리고 그의 ‘2013년 연기 필모그래피’는 그의 첫 주연작 영화 ‘미스터 고’로 넘어간다. ‘미스터 고’는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과 15살의 매니저 웨이웨이(서교 분)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미스터고’에서 성동일은 돈 밖에 몰랐던 스포츠에이전트에서 링링과 웨이웨이를 통해 따뜻함을 찾아 나가는 성충수로 분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성동일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춘 김용화 감독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명품 조연’이라 불리는 그를 주연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 “성충수 역은 비애감이 넘치는 캐릭터다. 평소 페이소스를 밉지 않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누구인가 생각하며 캐스팅 한다. 성동일은 악역을 한다고 해도 ‘1%’의 자신이 갖고 있는 휴머니즘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요즘 얼마나 잘 나가는지 지난달 3일 영화 홍보차 나갔던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서 성동일은 “요즘 모든 일이 다 잘 돼서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고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수입도 풍족해졌다. 한때 연봉 12만원을 벌었던 성동일은 “지금은 쌓인 돈을 발로 치우고 들어갈 정도다. 아내에게 청소 안하냐고 잔소리를 한다”고 너스레를 떨며 행복한 위상을 자랑했다.
최근 날개를 단 성동일의 활약은 2013년 하반기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