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작 ‘V.V.I.P’에서 ‘스트롱 베이비(Strong Baby)’로 기존 이미지의 파괴에 성공했던 승리는 두 번째 솔로 미니앨범 ‘렛츠 토크 어바웃 러브(Let’s talk about love)’로 작정하고 ‘남자’ 선언을 했다. 또 하나, 직접 작사, 곡 및 프로듀싱 작업에 나서며 싱어송라이터로 훌쩍 도약했다.
“7년 동안 해왔으니, 베테랑이죠.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베테랑처럼 해야죠.”
응? 언뜻 귀를 의심했다. 맞는 말이지만, 누구라도 쉽게 하기 힘든 ‘자칭’ 베테랑 발언. 초반부터 당돌한 발언으로 인터뷰어를 긴장시킨 승리였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에 응당 고개를 끄덕이게 됐다.
“7년간 가수를 해왔는데, 관객들을 시선을 압도할 수 없는 가수면 안 되잖아요. 신인들이 봐도 ‘역시 빅뱅이구나’ ‘역시 빅뱅 승리구나’ 하는 얘기를 듣기 위해선, 부담감이 좀 있었어요.”
YG 프로듀서 테디와 빅뱅 지드래곤의 바쁜 작업 스케줄에 “밀리지 않기 위해” 얼떨결에 셀프 작업에 나섰지만, 자신의 음반을 직접 만드는 경험은 승리를 음악적으로 고무되게 했단다.
“사실 그동안 빅뱅 안에서 저는 음악적인 부분보다는, 다른 멤버들이 가지 않으려 한 길을 걸어온 것 같아요. 말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방송 활동을 하고 싶었거든요. 음악으로 뚜렷한 활동을 할 거란 예상은 못 했죠. 하지만 이번 기회로 앨범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에 참여한 건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역시 음악적 성숙이었다. “7년차 승리의 음악에 대해 신경을 썼어요. 막내 승리가 예능에서 보여줬던 모습과 다른, 무게감 있는 음악들로 대중과 팬에게 어필하고 싶었죠. 비주얼적으로도 신경 썼어요. 잘 생겨졌단 얘기를 듣고 싶었죠 하하.”
팀 내 막내라는 위치는 승리의 음악을 더욱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기도 했다. “노래 부를 때 가벼워 보이면 그 음악도 가벼워 보일 수 있거든요. 제가 남성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지 않을 경우) 제가 하고 있는 음악이 가벼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은 겁니다.”
![]() |
다양한 장르가 수록됐지만 골자는 ‘사랑’이다. “어떤 식으로 승리만의 음악을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역시 사랑 얘기가 아닐까 싶었어요. 제가 데뷔 당시 열여섯 살이었는데 벌써 8년이 지나 스물 네 살이 됐죠. 그동안의 연애 경험을, 사랑하고 아팠던 것을 나만의 생각으로 제가 추구하는 팝 장르 음악에 녹이고 싶었어요.”
아이돌 막내에서 아티스트로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있자니 더 없이 흐뭇하다. 다만 실제로 빅뱅은 그 자신의 곡을 직접 써내려온 지 오래지만 ‘아이돌’이라는 범주로 묶이면서 뮤지션으로서 저평가 되는 측면도 존재한다. 그런데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에 선, 승리의 입장은 예상 외로 단호했다.
“빅뱅은 물론 아이돌로 데뷔했지만 국민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그룹으로서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음악적으로 ‘우리는 아티스트다’가 아니라, 대중에 좋은 음악을 선사하는 가수, 사랑 받는 연예인으로서 TV에도 많이 출연하고, 방송이든 연기든 다양한 활동 방면에서 사랑받는 만큼 보답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승리의 활동 시기에는 엑소, 틴탑, 제국의아이들, 크레용팝 등 후배 아이돌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해 승리의 기세를 위협했다. 데뷔 연차가 높아질수록 실력과 개성으로 무장해 쏟아져 나오는 후배들과의 경쟁 또한 만만하진 않을 터. 하지만 승리는 경쟁은 큰 의미가 아니라 했다.
“후배들이 잘 되고 히트하는 걸 보면 반가워요. 제 입장에서는 반갑다는 표현이 맞는 게, 우리 가요계가 활발해지고 사람들이 우리 가요를 듣고 즐거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이 탄생하는 건 즐겁고 반가운 일이죠. (순위에서 밀리면) 어쩌지 그런 마음은 결코 아니에요.”
은연중에 경쟁심이 생기지 않을까 싶지만 승리는 빅뱅을 바라본 선배 가수들의 예를 들며 가뿐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신화, god, DJ DOC 선배님들이 빅뱅이 처음 나왔을 때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저희가 데뷔한 게 반갑고, 고맙다고요. 경쟁이 아니라, 가요계가 활활 타올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죠. 저희가 데뷔했을 때, 동방신기, 이승철, 세븐, 원더걸스, 소녀시대, 비 형 등 정말 풍성했었는데, 그 때처럼 가요계가 활활 타올라 더 이슈가 되면 좋겠어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