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N스타 여수정 기자] 모두의 기대 속에 지난 3일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을 올렸다. 레드카펫 위 화려한 배우들의 자태, 적극적인 영화홍보, 흥미진진한 각종 행사들, 70개국에서 초청된 301편의 다양한 영화들 등이 영화제를 한껏 흥겹게 만들며 날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진흙 속에 감춰진 진주같은 작품들이 대중에게 상영돼 영화를 보는 이들의 품격과 질을 높여준다.
이용승 감독의 ‘10분’은 상영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청년실업 문제를 너무도 섬세하게 스크린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또한 ‘10분’ 상영에 앞서 직장인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미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바 있기에 ‘미생’과 비슷한 소재와 주제를 지닌 ‘10분’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10분’은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돼 더욱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뉴 커런츠 부문이 신인 감독들의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이용승 감독에 대한 관심도 날로 성장했다. 지난 4일 베일을 벗은 ‘10분’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기에 충분했다. 영화는 방송국 PD를 꿈꾸고 있는 한 청년이 아르바이트 겸 준공무원 조직에서 인턴사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겪게되는 일화를 그렸다. 특히 취업준비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디테일한 부분 덕분에 더욱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보는 순간 바로 그 청년에 감정이입을 하게 도와준다.
이 청년은 PD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틈나는 시간을 이용해 인턴사원으로 일을 함에도 너무도 성실하게 임한다.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안기며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소위 낙하산이라 불리는 인물의 등장으로 꿈꿔온 일이 한순간에 사라지며 허탈함과 허무함을 느낀다. 세상살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음을 너무도 잘 묘사해 조금은 안타깝지만 거부할 수 없는 현사회의 모습이 쓴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취업’이라는 무시무시한 단어 때문에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꿈과 계획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과정이 생생해, 말 그대로 청년들의 격하고 강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보통의 영화들이 바늘구멍같은 취업길,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고 희망을 주는 반면, ‘10분’은 취업 때문에 꿈도 잃고 심지어 자존심과 비굴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냉정하게 보여준다. 조금의 거부감도 들 만하지만 현실을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게 그려내 오히려 오직 청춘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준다. ‘10분’은 아무도 몰랐던 청춘들의 취업과 꿈에 대한 걱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 취업이 꿈을 사라지게 한다는 간지러워도 긁을 수 없던 사실에 일침을 가해 시원하게 긁어주며, 혼자만이 아닌 모두의 고민이니 힘내라는 상처 치유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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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분 스틸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