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OECD 국가 중 8년째 자살률 1위, 직장인 행복도 점수는 55점, 미국 애틀랜타저널에서 말하는 주말에도 일하는 나라, 이 모든 것은 2013년, 물질의 풍요 속 내면의 기근을 호소하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말이다. 내면의 기근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가난하고 먹을 것은 없었지만 마음만큼은 풍요로웠던 과거의 추억 속으로 젖어든다.
이와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한 두 개의 시대극이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바로 60년대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맏이’와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갈리기 직전 1948년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이 그 주인공이다.
‘맏이’는 남해안 작은 집에서 살던 5남매가 불의의 사고로 한 순간 부모를 잃은 후, 첩살이를 하고 있는 고모(진희경 분)의 집에 들어가면서 겪는 내용을 그린다. 현재를 배경으로 혹독한 시집살이와 아내를 금치산자로 만드는 등의 자극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한국 주말드라마에서 ‘맏이’는 자극 대신 젖먹이 동생을 위해 젖동냥을 다니고, 자신은 굶어도 동생들을 챙기느라 분주한 영선(유해정 분)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가족의 정과 사랑을 다시 한 번 일깨우게 한다.
여기에 수박 서리, 쌀밥에 감동하는 오남매, 초가집에서 살아가는 모습 등 60년대 당시의 문화와 소시민적인 생활모습을 생동감 있게 그려내며 중장년층에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소중함을 담고자 했다”던 ‘맏이’의 김정수 작가는 현대극이 아닌 시대극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노래들, 현대적인 시가 많이 있어도 옛날 그 시를 읽으면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을 느끼게 된다. 저희 나이 대에 느꼈던 자연과 인간에 대한 믿음, 향수와 같은 정서 등을 이 드라마를 통해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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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N스타 DB |
이날 첫 방송에 앞서 공개된 ‘빠스껫 볼’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흥미로웠던 장면 중 하나는 바로 일본인 아파트 건설을 위해 움막촌을 철거할 뿐 아니라, 이를 덮기 위해 당대 최고 스타를 기용해 홍보하는 부분이었다. 무려 60년도 더 지난 과거일임에도 오늘날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곽 감독은 “이번 작품을 조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는 우리의 생각보다도 더 오늘날과 유사하다”며 “시대극은 현대를 살기 위해 우리가 갖아야 할 정신을 시대정신에 반영해 다시 한 번 알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이 바로 시대극의 가치이자 매력”이라고 시대극만의 매력을 강조했다.
MSG로 불리는 조미료가 좋지 않은 이유는 그 자체가 몸에 나빠서가 아니라, 그 맛 자체가 자극적이라 그 맛에만 쉽게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드라마를 하나의 음식이라고 보았을 때 대부분의 시대극은 MSG가 최대한 배제된 음식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대극 저변에 ‘착한 드라마’라는 공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쩌면 자극적인 것에 이미 길들어져버린 이들에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자칫하면 촌스러운 옛
그럼에도 시대극이 여전히 매력적이고, 끊이지 않고 계속 나오는 이유는 옛날이야기가 현재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극이 과거의 사건을 보여주며 현대인들의 고민과 아픔을 들어주는 한, 앞으로 당분간 시대극의 인기는 ‘이상없음’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