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주로 대중음악 분야에서 다른 가수의 앨범 작업에 참여하여 노래나 연주를 도와주는 것을 일컫는 피처링. 음악적인 표현의 폭을 넓히고,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일종의 게스트 형식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피처링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코러스와 같은 단순 보조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한 곡에서만큼은 앨범을 낸 가수와 동등하게 음악을 책임지게 된다. 피처링 개념이 국내에서 성행하게 된 것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당시에는 같은 소속사 아티스트, 혹은 친분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피처링에 참여하는 가수의 실력은 뒷전이고 이들의 인지도와 그로 인한 시너지효과, 반대로 소속사 신인 아티스트를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것들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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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왼쪽부터) 박지윤-산이, 김예림-스윙스, 서인영-개코, 가희-도끼 |
하지만 최근 피처링진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2013년 후반기 여가수와 래퍼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지난 21일 새 앨범으로 돌아온 박지윤은 프라이머리 작곡의 타이틀곡 ‘미스터리’에서 랩퍼 산이와 호흡을 맞췄다. 지난달 9일 발매된 김예림의 두 번째 미니앨범 ‘허 보이스’(Her Voice)의 타이틀곡 ‘보이스’에는 스윙스(Swings)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이외에도 지난 4일 발매된 서인영의 ‘나를 사랑해줘’에는 다이나믹듀오의 개코가, 지난달 5일 발매된 나비의 ‘집에 안갈래’는 긱스가 참여했으며, 특히 지난 10일 두 번째 미니앨범으로 돌아온 가희는 수록곡 모두에 피처링진을 투입시켰다. ‘보이즈 앤 걸즈’(Boys And Girls)는 스윙스, ‘이츠 미’(It’s ME)는 덤파운디드(Dumfoundead), ‘헤이 보이’(Hey boy)는 도끼(Dok2) 등이 힘을 보탰다.
위와 같이 여자 솔로가수와 래퍼의 조합은 하나의 트렌드처럼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들은 협업을 택했으며,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는 무엇일까.
박지윤의 소속사 대표프로듀서인 윤종신은 지난 21일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진행된 박지윤의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물론 내가 대표 프로듀서로 있지만, 다양한 프로듀서,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을 통해 여러 가지 색깔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가희 역시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래퍼들과 협업을 한 것에 대해 언급했다. 그녀는 “단지 그런 ‘추세’에 따른 것은 아니다”라며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선택했고,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이들과 함께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곡은 역시나 마음에 든다. 곡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전에 이름 알리기 식의 피처링과는 달리 피처링의 기본 개념에 충실한 유형이 나오고 있다. 단지 코러스 수준의 피처링에서 엄연히 한 곡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이전에 비해 래퍼로 활동을 해왔던 이들이 참여하는 경향이 도드라지고, 자연스럽게 플로우의 질 역시 높아졌다.
산이, 범키, 스윙스, 버벌진트 등이 소속되어 있는 브랜뉴뮤직의 라이머(본명 김세환) 대표는 “사실 피처링 개념은 이미 예전부터 도입된 것이지만 최근 들어서 소위 ‘잘나가는 래퍼’와의 협업이 아닌, 음악적인 특성과 잘 맞아떨어지고 함께 작업 했을 때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래퍼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힙합이 어느 정도 대중들에게 가까워졌다는 증거이고,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음악평론가 겸 힙합, 알앤비 미디어 ‘리드머’ 강일권 편집장은 “국외에서는 이미 랩 음악이 주류로 떠오르던 90년대 때부터 보컬 곡에 랩이 들어갈 경우 래퍼를 피처링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며 “여기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랩이라는 장르적 전문성을 존중하는 의미, 하나는 피처링 래퍼의 인지도와 시너지 효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편집장은 “다만 국내에서는 랩이라는 장르에 대한 인식이 덜한 탓에 지금까지는 정식 래퍼와 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었는데, 근 1~3년 사이에
다만 그는 “아무래도 내용들이 전부 사랑 얘기, 가벼운 내용들이다보니 래퍼들의 센스 있는 가사적인 부분을 뽑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