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한반도는 지리상 타국의 침입을 수차례 받아왔다. 반만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바다로 진출하려는 대륙의 국가들이, 대륙을 진출하려는 일본의 침입이 대소(大小)를 구분하지 않고 자행돼 왔다. 이 중에서도 자주 국가로서 통치권을 상실했던 비극적 사건으로서는 고려시대 원나라의 침입과 조선말 일제강점기다.
어찌 보면 이 두 시기가 지속적으로 영화나 드라마로 거론되는 것은 치욕의 역사이자, 잊지 말아야 하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원나라 통치기를 다룬 MBC 드라마 ‘기황후’와 일제강점기를 다룬 tvN 드라마 ‘빠스껫 볼’도 어찌보면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같은 시대극이라 하더라도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배경 속 농구를 통해 이를 극복한 가상의 인물들의 이야기 ‘빠스껫 볼’은 고증을 철저히 한 드라마라고 호평을 받는 반면, 역사적 실존 인물을 그대로 차용한 ‘기황후’는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며 역풍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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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황후 포스터 |
하지만 ‘기황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고려 28대 충혜왕의 잘못된 해석에 있었다. 당초 주진모가 연기하는 충혜라는 캐릭터의 설명을 보면 원의 지배에 자주적으로 맞선 용맹스러운 왕으로 묘사되며 기황후(하지원 분)와 원나라 황제 순제(지창욱 분)와 삼각관계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충혜왕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새어머니와 장모를 겁탈할 뿐 아니라 주색과 살인을 일삼는 등 각종 악행을 저질러 백성들의 원성을 사다가, 원에 의해 폐위된 왕으로 연산군에 이어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폭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결국 이와 같은 캐릭터가 문제가 되자 제작진은 서둘러 충혜라는 이름을 가상의 고려왕 왕유로 바꾼 뒤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기황후’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픽션사극’이라는 명분으로 역사적 인물은 그대로 가져다 쓰다 허구의 이야기를 그린다는 제작진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대처방식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기황후’의 연출을 맡은 한희 PD는 이와 같은 역사왜곡 논란에 드라마가 픽션사극임을 밝히며 “실존 인물과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하면서도 극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 대부분은 창작으로 만들어진다. 기황후에 대한 기록이 단출한 까닭에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작가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부분이 많다. 충혜왕이 왕유로 바뀌기 전까지 역사적 발자취를 더듬고자 한 의도는 전혀 없었다.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논란이 많이 일었는데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이야기가 많이 섞어있는 것을 알아 두셨으면 좋겠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심지어 문제의 충혜, 아니 왕유 역을 연기하는 주진모의 “역사적 사실만을 가지고 드라마 만들 바엔 차라리 다큐를 찍지 왜 드라마를 찍느냐는 것이다. 드라마는 재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문제가 되는 역사적인 부분은 드라마 내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이다. 캐릭터에만 충실하겠다”라는 발언은 논란을 가중시키는데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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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빠스껫 볼 캡처 |
이와 관련해 ‘빠스껫 볼’의 곽정환 PD는 “사실 중고등학교 때 제일 싫어했던 것이 역사였다”면서 “재미있는 사실은 PD일을 시작하면서 싫어하는 과목을 대학 이후 더 열심히 찾게 됐다는 점이다. 내가 이 드라마를 통해 역사를 찾아보는 이유는, 젊은이들로 하여금 역사를 다시 보게 하려는 소명의식이 있어서라기보다, 어떤 생각을 하고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맥락’이라는 것이 필요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맥락을 먼저 알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빠스껫 볼’의 시대랑 지금이랑 너무도 닮아있다는 것이다. 내가 역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런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 시대를 살아갔던 이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조금 더 사실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과 다른 것을 정확하게 묘사함으로서 역설적으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와 유사한 점을 더욱 드러내는 것”이라며 역사적 고증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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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