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19금’. 19세 이상만 볼 수 있는 성인 전용 콘텐츠를 이르는 말이다. 최근 연예계는 ‘19금’을 빼놓고는 말을 할 수 없다. ‘19금’ 없는 연예계는 앙꼬 없는 찐빵이고, 고무줄 없는 팬티다. 그만큼 방송, 가요, 영화, 게임 할 것 없이 ‘19금’이 하나의 문화처럼 정착되고 있다. 때문에 작품의 등급을 직접 ‘19금’으로 정하고, 이를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흔히 보이고 있다.
케이블은 대놓고 ‘19금’딱지를 붙여가며 토크를 하고,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콩트를 만들어낸다. 이는 종편까지 확대됐고, 심지어 지상파까지도 은근하게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영화에서 역시 불필요한 베드신이 난무하고, 온갖 욕설들, ‘센’ 포스터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신인배우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노출의상으로 이슈몰이를 자처했다. 가장 노골적인 영역은 가요계다. 자극적인 가사와 뮤직비디오는 물론이고 무대 위에서 속옷이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엉덩이를 흔들어가며 팬들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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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금, 마케팅에 효자 노릇한다?
왜 방송이고, 영화고, 가요계고 19금이 단골 소재로 사용되고 있을까. 답은 간단하다. “너무한 거 아니냐” “이건 좀 심했다”하면서도 한 번쯤은 더 눈길을 주는 게 대중들이기 때문이다. ‘19금’ 문화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최근 대중문화계의 현실이 이런 마케팅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단적으로 지드래곤은 자신의 음반을 ‘19금’으로 묶어 내놓았다. 실상 지드래곤의 앨범에는 비속어와 욕설들이 일부 삽입되어 있는 것을 빼면 여타 앨범과 그다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앨범을 대중들의 관심을 받으며 순식간에 차트 1위라는 기염을 토해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아이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초반 마케팅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아이돌들은 단기간에 이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섹시’ 코드를 이용하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반짝 이슈’에 성공한다.
영화계도 ‘19금’ 마케팅이 뜨겁게 일고 있다. 제목부터 적나라한 것들이 흔히 보이고, 섹시를 내세워 별다른 홍보 없이도 개봉 전부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또한 영화 개봉 전 공개되는 포스터와 예고편에도 이러한 마케팅이 적극 활용된다. 에로 영화를 방불케 하는 포스터 한 장 만으로도 극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개봉 초반 관객을 잡으려는 일종의 전략이다.
관람 등급 심사가 없는 공연들도 자체적으로 ‘19금’을 정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19금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와 관객석이 가까운 데서 오는 남성관객의 무대 난입, 배우의 중도 하차 등이 보도되면서 노이즈 마케팅 효과까지 누린다. ‘19금’이라는 이름 자체만으로도 관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일도 허다하다. 최근 공연되고 있는 19세 이상 관람 연극들이 공연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진 사례를 빚는 것이 이 같은 홍보 효과를 실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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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조건 ‘19금’ 콘텐츠는 그만, 이유 있는 ‘19금’을 만들어라
‘19금’ 등급을 정한다는 것 자체는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지켜주겠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결국 형식적인 절차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한 현재 청소년들에게서 ‘19금’을 막을 수 있는 장치는 사실상 없다. 결국 ‘19금’ 판정은 오히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장사수단일 뿐이다.
아이돌 그룹들이 서로 섹시 경쟁을 하는 것에 대한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가요계에서 보이는 노골적인 가사와 무대, 퍼포먼스 그리고 지나치게 자극적인 뮤직비디오 등은 분명 청소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타인뿐만 아니라 아이돌 자신들의 이미지 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음악성보다 섹시 콘셉트가 부각되면서 이미지 소모가 생각 이상으로 빠르다는 것이다. 대중들의 기대치를 맞추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도 일반과 19세 이상이 볼 수 있는 예고영상과 포스터를 만들어내며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하지만 이 효과는 초기 이슈를 선점하는 것에 그친다. 노출과 베드신 등은 그저 하나의 흥미일 뿐 영화의
‘19금’ 콘텐츠라는 자체가 문제가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사를 위한 ‘19금’이 아닌 충실한 내용을 기반으로 한 ‘이유 있는 19금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