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울분의 역사인 일제치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tvN 월화드라마 ‘빠스껫 볼’이 표현하는 시대적 아픔과 공감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드라마가 주는 재미만 더하면 된다.
5일 방송된 ‘빠스껫 볼’에서 일제치하라는 시대적 아픔을 중심으로 인생에 전환점을 맞게 되는 세 주인공 최신영(이엘리야 분), 강산(도지한 분), 민치호(정동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일본인 앞잡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싶었던 민치호는 농구경기에 앞서 행하는 황국신민의 맹세를 거부하고, 결국 그는 사상범으로 낙인찍히며 형무소로 끌려가게 된다. 민치호의 구속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바로 그가 선전했던 수많은 기업체들이었다. 가게마다 붙었던 민치호의 포스터는 하나 둘 씩 내려졌고, 그를 향해 수군거리는 손가락질들이 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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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빠스껫 볼 캡처 |
‘빠스껫 볼’은 일제말기부터 분단 직전까지의 혼란기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극중 민치호의 황국신민의 맹세를 거부하는 일을 매우 예민하게 받아드릴 만큼 현재 ‘빠스껫 볼’이 그리고 있는 시대는 일제치하말기 탄압이 가장 극심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가운데 흥미로운 것은 바로 강산이라는 인물의 변화였다. 처음 일본인들의 ‘요보’라는 비아냥거림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낼 뿐 아니라, 고보(일제강점기 ‘고등 보통학교’를 줄여 일으는 말)를 다닐 당시 일본인 담임교사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보여주었던 강산이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 역시 인기가 주는 돈과 명예와 스포트라이트,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잘 보이고 싶어하는 남자의 마음에 초연할 수는 없었다. 다른 젊은 조선의 청년들이 민치호가 구속된 교도소를 찾아가 시위를 하는 반면 강산은 시위현장에 같이 가자는 연인 최신영의 권유에 “스포츠맨은 오직 스포츠로 말한다. 저는 농구하는 사람이다. 정치와 사회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제안을 거절한다. 예전의 강산이라면 생각하기 어려운 답변이었다. 인기의 맛을 본 강산은 시대의 아픔에 공감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이후 방송말리 예고편을 통해 강산은 급기야 자신이 살던 움막촌으로 내려가 자신의 터전을 철거하려 했던 일본에 대한 미화 연설을 늘어놓기까지 한다.
이 외에도 한 명의 스타가 몰락하자 대중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또 다른 스타를 만들어 내는 최제국의 모습 역시 현대와 비교해 보아도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것 또한 흥미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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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빠스껫 볼 캡처 |
게다가 중요한 것은 시놉시스에 따르면 일제치하 농구가 희망의 빛이 되었다고 하는데, 정작 극중에서 농구는 주인공들의 어려운 현실과 따로 놀며 전혀 어우러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극에서는 농구에서 배출된 스타가 다양한 광고를 찍는다는 것 외에는 전혀 그려지지 않다보니, 농구가 그 당시 힘들었던 많은 대중들에게 큰 힘을 주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여기에 ‘빠스껫 볼’은 일제 뿐 아니라 분단이라는 또 다른 시대적 비극을 그리게 된다. 사실 ‘빠스껫 볼’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는 일제강점기가 아닌 분단이라는 비극을 농구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는 강산과 친구들의 이야기다. 한반도 역사상 유일하게 단일국가 ‘KOREA’로 나갔던 농구대표팀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인데, 6회까지 왔음에도 여전히 일제강점기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지지부진한 전개는
사회의 현 비리를 고발하던 시대의 아픔을 그리던 간에 어찌됐든 가장 우선순위에 있어야 할 것은 ‘재미’라는 점이다. 시대의 아픔과 역사적 고충에 최선을 다한 ‘빠스껫 볼’인 만큼 이제 해야 할 것은 ‘재미’를 더하는 과정만 남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