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성적인 욕망에 빠져 파멸에 이르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뫼비우스’와 겉으론 화목해 보이지만, 위험한 비밀 활동으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간첩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붉은가족’ 그리고 태초부터 숨어 살아야만 했던 사람들의 분출하지 못하는 기괴한 욕망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낸 ‘무게’는 국외와 국내의 너무도 엇갈린 반응으로 아이러니를 안기고 있다. 세 작품은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은 물론 연이은 극찬세례를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호평을 커녕 다소 저조한 관심을 받았다.
세 작품 모두 개봉부터 쉽지 않았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인 ‘뫼비우스’는 근친간 성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를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논란이 된 일부 장면을 삭제한 후 두 차례의 심의에도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으며 일부 장면을 추가로 삭제한 후 세 번째 심의 끝에 어렵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아 9월 5일 국내에 개봉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상영을 위해 찬반논란시사회를 열기도 하며 개봉을 향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표현의 자유조차 억압받으며 일부 장면을 삭제 끝에 개봉을 결정지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 ‘뫼비우스’를 향한 반응을 폭발적이다. 이탈리아에서는 14세이상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았으며 제7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물론 제38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쾌거를 누리며 인기를 증명했다.
제26회 도쿄국제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한 ‘붉은가족’ 역시 상영관 잡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붉은가족’ 언론시사회 당시 제작과 각본을 맡은 김 감독은 “영화관계자들에게 부탁한다. 관객 수가 많아지면 극장수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그러면 보고싶어 하는 관객들도 영화를 볼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상영관을 사서 개봉해야만 한다. 관객 들이 함께 도와주지 않으면 상영관 확보가 어렵다. 극장을 가득 채워달라”고 영화홍보와 당부의 말을 건넸다. 김 감독의 진심이 전해지듯 불행 중 다행으로 전국 8개관에서 개봉을 확정하며 상영 중이다.
김 감독의 당부 외에도 ‘붉은가족’ 출연배우 손병호도 진심으로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영화 홍보에 열을 올린 바 있다.
‘무게’ 역시 어려운 개봉의 길을 걸으며 해외의 반응과 자꾸만 어긋나는 국내의 반응에 대한 의문점을 안겼다.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베니스 데이’ 부문에 공식 초청, 제33회 판타스포르토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 수상해 화제를 모았던 ‘무게’는 국내 개봉에 앞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시체와 성행위 등의 일부 장면 때문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결국 지적받은 장면을 일부 삭제해 재심의를 받았지만 또 다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결국 재분류를 통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국내 개봉을 확정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에 대해 ‘무게’에서 꼽추로 환상의 연기를 선보인 배우 조재현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본의 아니게 ‘뫼비우스’와 ‘무게’가 제한상영가를 받아 제한상영가 전문배우가 됐다”고 너스레를 떨다가도 이내 진지한 말투로 “‘무게’가 제한상영가를 받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화도 났다. 사실 배우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가질 않는데 나는 방문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도 들었고 ‘무게’를 접한 해외 관계자들의 평가와 반대되는 판단이 나와 슬펐다”라고 전했다.
이어 “‘무게’가 개봉을 확정했는데 많은 관객을 만날 것이란 기대는 없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개봉되고 관객들이 찾아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전규환 감독을 시작으로 창작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맘대로 펼칠 수 있는 것을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는 호평을 국내에서는 무관심을 받고있는 영화들이 아이러니함을 안긴다. 사진=포스터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