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예전에는 인기 가수가 되고 싶었고, 지금은 가수가 되고 싶어요.”
1995년 데뷔한 하이디(본명 이혜영)는 이듬해 트로트풍의 댄스곡 ‘진이’를 발표하며 귀여운 외모에 발랄한 안무를 더해 순식간의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원하던 ‘인기가수’가 됐지만 그녀는 당시 인기를 실감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유는 ‘바빠서’였다.
“당시엔 많이도 울었죠. 방송 활동을 한 것은 몇 년 안됐는데 가수라는 직업이 방송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일이 없는 게 아니잖아요. 거의 제 모든 것을 ‘올인’했다고 보면 될 거예요. 스무살에 시작해서 정말 미쳐있었죠. 그렇다 보니 상처도 크게 받고, 좌절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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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디어공작소 제공 |
하이디는 3집 앨범을 발매했지만 회사의 사정으로 홍보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대 결절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2000년 가요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3집 앨범 ‘에볼루션’이 그녀의 마지막 앨범인 것처럼 13년간의 침묵은 계속됐다.
“3집 활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앨범을 준비했어요. 녹음까지 마쳤는데 성대 결절이 온 거예요. 숨만 쉬고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였어요. 그렇게 여러 가지 힘든 상황들이 겹치면서 그냥 다 놔버렸어요. 지금 같으면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텐데, 결국 그 선택이 지금까지 온 거죠. 분명한 건 당시에도 음악을 아주 그만두자는 마음은 아니었어요.”
가수 활동을 접고 요양 차 포항으로 내려 간 그녀는 가정을 이뤘다. 이후 3년의 휴식 끝에 보컬트레이너로 ‘발을 뺐던’ 음악에 한 발 다가섰다. 가수를 꿈꾸지만 쉽게 접근하기 힘든 지방 아이들을 위해 가르침에 나선 것이다.
“한동안은 음악도 못 들었어요. 그냥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노래에 빠져 버리니까…그때의 감성으로 내가 좋아하는 발라드를 들으면 다운될 것 같은 거예요. 그러다가 보컬트레이너 레슨을 시작하면서 음악을 들어야 했죠. 뭔가 ‘아 내가 노래를 들어도 되는구나’하면서 노래를 듣기 시작했거든요? 그게 너무 행복했다고 해야 하나…내가 다시 노래를 들어도 된다는 것이 감격스러웠어요.”
웬만큼 슬픈 드라마, 영화를 봐도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하이디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 오직 음악뿐이었다. 처음에는 일을 위해 음악을 접해야 했지만, 그녀는 컴퓨터 앞에 앉아 5시간 동안 듣고 싶었던 곡들의 목록을 뽑고 드디어 그토록 간절했던 음악을 듣게 됐다. “아 지금 내가 이 노래를 들어도 되네, 내 마음이 변하지 않고 노래를 들을 수 있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내가 가르치고 있던 학생들이 ‘이 사람이 누군데 날 가르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더라고요. 이를 시작으로 앨범을 하나 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3년 전만 해도 ‘내가 그 일을 하고 감당할 수 있을까’ ‘나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내 이름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봤어요. 드디어 제 자신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근데 있더라고요. 저에게 관심을 갖는 팬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다시 해야 할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렇게 조금씩 마음이 변하면서 마음이 100% 편안해 질 때까지 기다리자 했고, 새 앨범이 나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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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디어공작소 제공 |
하이디의 신곡 ‘철없던 사랑’은 1986년 발표된 가수 홍수철의 원곡을 보사노바 풍으로 편곡한 곡이다. 자신보다 윗세대에게는 추억을, 또 다른 이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가고자 한 선택이다. 이번 리메이크곡은 하이디에게 있어서 내년 봄에 발매될 앨범을 위한 일종의 워밍업 차원이다.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가 멜로디 라인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것이었어요. ‘진이’가 그랬듯이 처음부터 끝까지 부르기 쉬우면서도 좋은 노래를 하고자 했어요. ‘진이’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건 욕심이겠죠?(웃음) 지금은 한 곡을 다운받는데 600원 정도밖에 하지 않잖아요. 쉽게 받아서 쉽게 버려지는데, 그만큼 소장가치가 없어졌죠. 제가 봤을 때 부르는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래서 부르기 쉬운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그녀는 “예전에는 인기가수가 되기 위해서 음악을 했다면, 지금은 그저 가수이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가 들을 수 있는 대중음악과 성인음악 사이, 즉 자신의 나이 또래 대중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늙으면, 늙는 대로 음악도 마찬가지로….
“예전에는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식의 활동을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기획사 없이 활동을 시작했어요. 웬만하면 자유롭게 하고 싶었거든요. 내가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