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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전야’에 등장하는 결혼식을 1주일 앞둔 네 커플이다. 성향과 성격, 관심 분야 등이 각기 다른 이들의 이야기는 결혼적령기 우리들을 고스란히 담았다. 이들이 한국인 모두를 대표하는 건 아니지만 영화는 결혼을 준비하는, 대표성을 가진 인물들의 심리를 나름 잘 표현했다.
사랑 앞에서 누가 승자고 패자인지를 가릴 수는 없다. 현실 세계에서는 결혼에 골인하고 흔히들 그 이후의 승기를 누가 잡느냐는 담론도 중요하다며 이에 대해 늘어놓는 이들이 많지만, 영화는 그 이전 단계를 세심하고 또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각 커플들이 다투는 과정을 부각하며 갈등을 유발하는데 그 상황이 관객의 재미를 돋운다. 현실에서 흔히들 경험하거나 들었던 이야기라 더 와 닿을 수밖에 없다.
피앙세 주영이 이미 결혼을 했던 ‘돌싱녀’였다는 사실을 알고 지질하고 못나 보이는 행동을 하는 태규나, 신체 건강해 보이는 건호가 결혼 스트레스로 피앙세와 잠자리에 문제가 있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 꽤 흥미롭다. 결혼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해 결혼을 준비하며 티격태격하는 이라와 대복의 이야기는 또 어떠한가. 동의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더 많을 것 같다.
원철과 소미 커플의 이야기는 결혼을 앞둔 여성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얻는 듯하다. 오랜 연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는 게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데, 현실 속 여성들은 영화에서처럼 고민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극 중 소미는 원철 몰래 네일아트 대회 참가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고 우연히 만난 여행 가이드 겸 작가 경수에게 느낀 묘한 호기심에 설렌다. 자신에게 특별히 못 하는 것도 없는 연인이 있는데도 경수에게 마음이 끌리는 소미. 자신에게 나쁘지 않은,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연인에게 익숙해져서였던 걸까. 소미는 선택을 해야 하는 갈림길에 놓인다.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이다.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이 아닐지 모르지만, 그 사람 또한 그렇게 불행해 보이진 않는다. 그 사람의 성격 탓일 수 있고, 사랑에 무뎌진 때문일 수도 있겠다.
홍지영 감독은 고민을 많이 한 듯하다. 인륜지대사라는 결혼을 두고 재미만을 위해 가볍게 다루려 하지 않았다. 고부갈등, 이주 여성들이 한국인과 결혼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짚는 등 결혼을 앞두고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이 꽤 현실적으로 담겼다. 전혀 관계없는 것 같은 이 사람들을 직업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연결 시켜 이야기를 꾸려 나간 감독의 노력도 돋보인다. 118분. 15세 관람가. 21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