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공주’는 여러모로 놀라운 작품임이 틀림없다. 개연성 없는 전개와 유례없는 배우들의 하차행렬, 각종 대사 논란에, 급기야 연장 반대 및 임성한 작가 퇴출 서명운동까지 일어나는 등 각종 구설에 오르내림에도 그 화제성과 인기는 식을 줄 모르니 말이다. 아니 논란이 일면일수록 더욱 뜨겁게 타오르는 ‘욕먹어야 사는 드라마’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며, 치열한 경쟁사회 이상한 생존비법을 제시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갤럽에서 매달마다 발표하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1월 조사(11월 18일부터 21일까지)에서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국민예능’ MBC ‘무한도전’이 선호도 10.3%로 9개월 연속 1위를 기록했다는 것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국민막장’으로 불리는 ‘오로라공주’가 그동안 시청자들의 비난들을 비웃듯 5.8%로 ‘무한도전’의 뒤를 잇는 2위 자리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6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5일 방송된 ‘오로라 공주’는 18.2%(이하 전국기준)으로 최고시청률을 경신하며 20% 돌파의 가능성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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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배우 11명을 뜬금없이 하차로 인해 생긴 전개의 구멍이나, 뜬금없이 나타난 새 캐릭터로 인해 이상하게 꼬여버린 러브라인, 그리고 이 모든 것으로 인해 공준분해 되버린 초창기 ‘대기업 일가 고명딸 오로라(전소민 분)가 누나 셋과 함께 사는 완벽하지만 까칠한 소설가 황마마(오창석 분)를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당돌하고도 순수한 사랑 이야기’ 기획의도까지. 서로 장르도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도 다르지만 그 모양새만큼은 묘하게 일치한다.
처음 시작은 드라마였던 ‘오로라 공주’가 어느 순간부터 ‘일일드라마’의 옷을 뒤집어 쓴 판타지 오락거리로 변모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임성한 작가의 전매특허인 유체이탈과 귀신 등이 잊어버릴 쯤 한 번씩 등장할 뿐 아니라, 언제 누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줄 모른다는 묘한 긴장감이 극 전체를 꽉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시작된 암환자 설설희(서하준 분)를 향한 오로라의 순애보, 오로라와의 이혼을 후회하며 또 다시 찌질의 정석을 보여주려고 하는 황마마, 이와 별개로 매일 밥 타령을 하는 윤해기(김세준 분) 감독과 노총각 백도(설운도 분), 황시몽(김보연 분)의 묘한 삼각러브라인 등은 황당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우스운 것은 ‘오로라 공주’가 기괴하면 기괴해질수록 그 인기는 더욱 올라간다는 것이다. 앞서 ‘오로라 공주’는 8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으로 꼽힌 바 있다. 이는 나타샤 역을 맡은 송원근의 하차와, 그의 하차에 일조한 노다지 역의 백옥담이 알고 보니 임성한 작가의 조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라인상을 발칵 뒤집었던 시기와 일치한다.
게다가 당시 남자주인공인 황마마가 매회 1분 남짓하게 출연, ‘위기의 남주’로 불리며 하차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었고, 조기종영설까지 겹치면서 드라마 안팎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들은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리게 됐고, 반짝 시청률 상승효과와 함께 ‘한국인이 좋아하는 TV프로그램’ 상위권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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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로라공주 캡처 |
결국 ‘오로라 공주’는 또 다시 논란을 만들었고, 이번에는 ‘작가 퇴출’의 목소리까지 일어나면서 거센 비난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늘어나는 욕만큼 평균 13%를 넘지 못했던 ‘오로라 공주’의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며 승승장구했고, 급기야 25일 방송에서 18.2%라는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욕을 하면서도 보는 드라마가 됐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방송국 입장에서는 시청률이 오른다는 것은 반가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시청률을 보증하는 임성한 작가의 능력으로 논란을 제지해야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는 것은 연장할 기회만 넘보고 있는 ‘오로라 공주’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보는 시청자들이 있기 때문에 ‘오로라 공주’는 오늘도 논란을 만들며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참 이상한 생존법이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