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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 2004년 실제 마약 운반을 하다 징역살이했던 이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집으로 가는 길'(감독 방은진)이 현실감 있게 느껴지도록 흘러가는 건 '칸의 여왕' 전도연의 공이 크다.
전도연은 이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야기가 진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진 일처럼 연기한다. 명불허전. 그의 연기는 말이 필요 없다. 아무리 연기는 연기라고 해도 흔들리고 불안하며 좌절한 눈빛과 행동, 몸짓 하나하나가 실제 그 일을 당했던 여성이 보이는 듯하다. 실제 그 일을 당했던 장미정씨의 악몽 같은 756일이 온전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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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정연의 처지가 안타까우면서도 자기에게 왜 말도 안 하고 결정을 하고 갔느냐고 따지듯 묻는 남편. 물론 무엇도 할 수 없는 평범한 여늬 아빠의 원통한 마음과 억울함이 표현된다. 때론 거칠게 항의하는 가장, 때론 무기력한 아빠, 때론 애절하게 아내를 그리워 눈물 흘리는 남자는 전도연 만만치 않은 연기를 선보였다. 다양한 작품에서 자신만의 색깔을 알맞게 덧씌워 온 고수는 이번에도 평범한 소시민 가장의 모습을 제대로 선보였다. 여기에 아역 강지우(혜란 역)까지 명품이다.
영화는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로 잘 굴러가는 것 같은데 지루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게 일단 아쉽다. 엉덩이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는 상영시간이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주부의 안타까움을 다 말할 순 없는 게 맞다.
교도소에 갇혀있고 또 보호관찰을 받아야 하는 정연의 심경과 상황 등을 나타낼 에피소드도 다양하고, 재판장에 가기까지의 과정에서 무능한 정부에 대해서도 짚는다. 그리고, 안타까워하는 국민들의 반응까지 더했다. 하지만 더 쫀득하고 긴장감 넘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크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려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그 담담함은 보고 싶은 가족을 보지 못하는 여자와 아내를 고생시키고 있는 한심한 남자가 처음으로 다시 대면하게 되는 장면에서 울컥 터지게 할 정도로 표현되긴 했다.
영화는 욕심을 더 부렸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내용만 넣기는 부족했다는 판단 때문인지 다른 부분에도 집중했다. 정부의 무능함과 관리들의 안일한 태도 등을 담은 게 그것. 하지만 정부와 관리를 향한 국민들의 반응을 넣어 억지로 감독의 의도를 전하려 한 점은 못내 아쉽다. 자연스레 분노의 감정이 전달됐는데 이내 웃음으로 변화되는 지점까지 온다.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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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