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수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불법 도박을 즐겼다가 죗값을 치는 다수 연예인의 사례를 떠올리면 검찰의 무리한 구형량은 아니다. 앞서 같은 혐의를 받았던 김용만은 약 5년간 10억 원가량을 탕진하고 징역 8월에 집형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일반적으로 검찰의 구형은 세다. 재판부의 선고가 있기까지 적극적인 변호와 그에 따른 공방을 거치다 보면 실제 양형은 검찰의 구형보다 약한 경우가 다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검찰의 구형은 세 사람이 혐의 사실을 순순히 자백했고, 이미 그 재판 결과를 충분히 가늠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일로 보인다.
다만 세 사람의 변호인은 모두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 피고인이 깊이 반성 중이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형량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변호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주장이 구차하다. 하나 같이 감정에 호소했다.
이들 변호인의 공통된 키워드를 한 마디로 압축하면 "연예인이어서", "연예인이니까"였다.
토니안의 변호인은 "18세에 데뷔해 H.O.T라는 당대 최고의 그룹으로 활동하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슬럼프를 겪으며 심리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장기간 도박에 빠진 데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바람직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면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수근의 변호인은 그의 불우한 가정사와 앞으로의 생계 등에 대한 걱정을 끄집어 냈다. 변호인은 "개그맨 데뷔 후 긴 무명 시절을 거친 그가 처음에는 단순히 연예인 축구단 회원들끼리의 가벼운 내기라고 생각했다"고 이수근을 대변했다. "큰 범죄가 될 줄 몰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변호인은 또 "개그맨은 항상 즐겁게 웃어야 하는 직업인데 아픈 아들과 아내 등 숨겨진 가정사로 스트레스가 심해 가랑비에 옷 젖는지 몰랐다. 이미 연예인으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연예인이기에 역차별 받지 않도록, 방송을 통해 스스로 팬들에게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탁재훈의 변호인은 그가 초범인 점과 도박에 사용한 금액이 다른 피고인들보다 적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바랐다.
일각에서 '도박은 병이지 범죄가 아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서다. 도박에 빠진 스타들의 공통점은 취미 혹은 재미삼아 시작했지만 결국 상습적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진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박사)은 "도박은 행위 중독 가운데서 가장 위험하고 정도가 심한 병”이라고 정의했다. 승부근성이 강하고, 한 가지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들이 도박 중독에 빠져들기 쉽다는 이야기다. 손 원장는 "이런 사람들은 몰입의 순간 놀라울 정도로 집중력을 발휘하며, 도박을 통해 일상의 즐거움보다 수십 수백 배의 쾌감을 얻는다. 스트레스 해소 방편으로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대중의 환호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의 보이지 않는 이면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인기를 누린다는 대단한 기쁨 뒤 숨어 있는 불안감과 허탈감이 동시에 그들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손 원장은 "연예인은 직업상 언제까지 이러한 인기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외로움을 느낀다"며 "거액의 돈을 움직인다는 묘한 특권 의식마저 결부되면 양심과 도덕적인 판단 기준, 두려움마저 마비된다"고 지적했다.
세 사람의 변호인이 호소하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세 사람 변호인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도 씁쓸하다. 그러나 이들이 선처 대상인 지는 기자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산다. 그리고 돈을 번다.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을 모르는 바 아니나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들만의 변명이 될 순 없다. 이 세상엔 그들보다 어려운 형편의 대중이 더 많다. 재판부의 선고가 있을 오는 27일이 주목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fact@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