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배우 이희진 인생에 있어 지난 2013년은 굉장히 바쁜 해로 기억될 것이다.
SBS 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의 10년 무명 설움 끝에 이제 막 스타가 된 대기만성형 배우 연지연에서 OCN ‘TEN2’에 살인 사건 현장에 있던 유일한 목격자인 송화영 Mnet ‘몬스타’의 열혈교사 독고순, MBC ‘메디컬 탑팀’의 베테랑 간호사 유혜란까지. 2013년 마무리한 작품만 네 작품이다. 이후 바로 MBC 황금무지개 ‘황금무지개’ 속 사채업자의 딸 박화란 역으로 합류하면서 그 기세를 몰고 있다.
한 순간의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일하는 그는 “오히려 복이라고 생각한다”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이희진의 밝은 미소와 달리 그녀가 가장 최근에 끝냈던 ‘메디커 탑팀’의 시청률은 의학드라마임에도 저조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에 대해 말을 꺼내자 이희진은 “속상하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라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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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summerhill@mkculture.com |
극중 이희진은 초반 꼼꼼한 완벽주의자로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한 수술 준비와 정확한 어시스트의 간호사 유혜란을 연기하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했었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말도 행동도 느려터지고, 차림새도 지저분해서 싫어했었던 조준혁(박원상 분)과 러브라인이 깊어졌고, 그로 인해 사랑 앞 귀여운 푼수로 역할이 바뀌게 됐다. 이에 대해 이희진은 “아무리 차가운 사람이라도 사랑에 빠지면 사람이 변하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는 재미있었다”며 박원상과 러브라인을 그린 소감을 전했다.
“다른 커플들은 좀 많이 무거웠잖아요. 모두 진지하기보다 웃음 포인트가 필요했는데, 그게 저희 커플이었던 거예요. 러브라인이 급하게 전개된 부분은 서운하지만 박원상 선배님께서 워낙 잘 소화해주셔서 좋은 그림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이해하고 납득하지 않으면 연기를 하기 어렵다고 밝힌 이희진은 ‘메디컬 탑팀’에서 간호사 유혜린 역을 연기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역할을 위해 유독 공부를 많이 했다고 밝힌 이희진은 다음번에 의사 역할을 연기해 보는 것은 어떻냐는 질문에 “의사는 대사만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랴 어려운 의학용어가 무엇인지 다 인지해야 한다”며 내공이 쌓이기 전까지 당분간 의학드라마는 사양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학드라마 정말 어려워요. 4일이 넘게 찍은 수술신이 있었는데 수술실 안에 서서 계속 촬영을 하다 보니 다리의 감각이 없어질 정도였고, 이후에는 패닉이 오더라고요. 이 뿐이 아니에요. 이번 수술방 간호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수술방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익혀야만 했어요. 수술에서 사용하는 메스 또한 그냥 건네주면 사실감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그 수술 그 당시에 필요한 도구는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도구 모양을 몽땅 외웠죠. 끝의 모양만 살짝 다른 도구들이 몇 십 개 있는데 얼마나 헷갈리던지. 많은 배우들이 연기하고 싶은 장르 중 하나가 의학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운 좋게 하게 됐고, 다음은 저보다 더 잘하는 이들을 위해 넘겨주고 싶어요. 제 실력이 더욱 농익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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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summerhill@mkculture.com |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서 대사가 길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생방송이다 보니 시간에 �기는 데다 캐릭터가 점점 바뀌면서 내가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어졌어요. 그러면서 ‘내가 연기를 이 정도 밖에 못 했었나’ ‘순간적인 상황에서 연기가 이렇게밖에 못하지?’ 이런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연기를 할수록 한계에 다다랐고, 그러면서 그동안 배부르게 연기에 대해 생각을 했었구나 싶었어요. 다른 친구들은 이 역할을 얻기 위해 수 없이 많이 미팅을 하고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 저는 운이 좋게 이렇게 연기를 하게 됐잖아요. 그런 생각이 드니, 신이 작다고 말이 없다고 짜증을 내고 투덜거리는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 창피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배우들 역시 시청률 안 나와도 자기 몫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저만 투덜대면서 어설프게 연기하는 건 아니다 싶었어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작품에 오점을 남기지 않기 위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연기를 하게 됐죠.”
힘든 촬영은 오로지 ‘밥심’으로 모든 것을 극복했다고 말하는 이희진은 다소 차가워 보이는 첫 인상과 달리 의외로 소탈했다. 걸그룹 베이비복스의 그림자를 엿볼 수 없을 만큼 어엿한 배우로서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여전히 연기하는 것이 많이 부끄러워요. 연기 모니터링을 하면 왜 나는 저렇게 발음을 하고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싶은 생각에 보면 볼수록 아쉽죠. 지금은 흔히 말하는 배우만이 가지고 있는 습관들을 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가면 갈수록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 처음 시작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세요’라고 했는데 연기 3년차에 접어드니 스스로 찾고, 이제는 모르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많이 커졌어요.”
인터뷰 당시 이희진이 가장 많이 한 말은 “운이 좋아서”였다. 운도 실력이고 지나치게 겸손한 건 아니냐고 말하자 이희진은 손사래를 치면서 “제가 만약 베이비복스로 활동하지 않았으면 지금 배우로서 연기한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말 작은 역할이라도 맡기 위해 수없이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걸 아니까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그런 배우들에게 무척 죄송하고 부끄러워져요. 특히 대사실수, 대사는 정말 외우면 되는 거잖아요. 대사를 틀린다는 것은 나태한 것이고, 최대한 대사나 동선 내가 했던 행동들을 까먹지 말자고 결심하고 죽기 살기로 연기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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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summerhill@mkculture.com |
“연기 도전 조금 더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시작은 회사에서 시켜서 하게 되더라도 자기 적성에 잘 맞으면 다행이지만, 의지도 없는데 하다보면 자신도 주위도 힘들어지기 마련이거든요.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돌이라는 자세를 버리고 연기를 임해야 한다는 거예요. 앞서 연기도전을 했던 홍경민 오빠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가수 출신 배우’라는 선입견을 받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저는, 그리고 지금 우리들은 그런 선배들의 활약 덕분에 연기하고 있는 거예요. 아이돌 대부분 충분히 잘하고 있고 신중하게 연기에 도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재능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해서 현장에 민폐를 끼치지 않는 거예요. 명심해야 해요. 본인이 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 하고 또 더 뛰어난 실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다는 것을요.”
연애감정도 잊어버릴 정도로 바쁘게 움직였다고 밝힌 이희진의 앞으로의 활동계획 역시 바빠보였다. 이미 연애에 대한 초조함을 넘어 ‘결혼도 팔자’로 들어섰다는 이희진의 다음 목표는 더 좋은 역할과 연기로 시청자 앞에 서는 것이었다.
“배우라는 타이틀에 조금 더 치중하고 싶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는 많고 계속 움직이고 싶어요.” 욕심 많은 배우 이희진에게 당분간 쉬는 날은 없을 듯하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