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미심쩍어 보이는 이들 가족 구성원은 하나하나 남다른 능력(?)을 지녔다. 모두가 다혈질 성격은 기본. 아빠 프레드는 자신의 말을 끊고 버릇이 없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방망이질해 반쯤 죽여 놓고, 엄마 매기(미셸 파이퍼)는 자신을 조롱하는 슈퍼마켓 주인이 얄미워 폭탄을 터트려 버린다. 자기에게 치근덕대는 남학생을 테니스 라켓이 부러질 정도로 두들겨 패는 딸 벨(다이아나 애그론)과 무슨 수를 써서든 자기가 속한 집단을 장악하고 마는 두뇌 비상한 아들 워렌(존 드리오)도 있다.
이들의 행동이 이상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은 프레드가 전직 마피아 조직 보스였다는 것이다. 프레드는 앞서 조직을 밀고했고, 이들 가족은 스탠스 필드(토미 리 존스) 등 CIA 일행의 보호를 받고 있다. 당연히 다른 조직원들이 가만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조용히 몸을 숨기고 살아야 하는데 특별난 성격이 눈에 띌 수밖에 없다. 특히 작은 시골 마을이니 더 그렇다. 프레드는 작가로 위장해 조용한 삶을 살려 하고 아내와 아이들도 평범한 인물들로 각자 나름대로 조용히 산다고 살아가지만, 결국 무시무시한 조직에 들키고 만다. 그러나 호락호락하지 않는 게 이들 가족의 혈통. 과연 이들 가족에게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위험한 패밀리'는 캐스팅이 웬만한 블록버스터와 비교할 만하다.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이 출연했다. 모두가 신선하고 참신하며 흥미로운 시나리오에 매력을 느껴 참여했다. 사실 뤽 베송 감독은 이 영화의 기획을 맡아 시나리오 집필까지만 맡기로 했다. 하지만 유쾌하고 탄탄한 시나리오에 반한 로버트 드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뤽 베송을 설득했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시나리오를 읽고 제작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은퇴한(좀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조직을 배신한) 범죄 조직의 두목과 그 가족의 이야기가 지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를 풀고 전개해나가는 뤽 베송의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단한 배우들과 감독이 왜 이 작품에 참여했는지를 알게 하는 지점이다. 가족 구성원들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통해 무겁고 칙칙하게만 보일 수 있는 이야기의 밝기를 적당하게 조절했고, 적당한 유머와 액션 코드를 가미했다. 갱 영화 특유의 쾌감 장치가 없어 싫어할 관객도 있겠지만, 뤽 베송 감독의 독창적인 시선이 흥미롭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 유명배우들 보는 맛도 쏠쏠하지만 드라마 '글리' 시리즈로 떠오르는 할리우드 신성 다이아나 애그론의 또 다른 매력을 보는 재미도 있다. 아직은 어린 배우지만 존 드리오도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을 주목해야 할 배우임을 증명한다.
하나 더. 극 중 '나름' 조용히 지내던 프레드가 영화감상 토론 모임에 초청돼 관람하고 마피아와 관련한 경험을 풀어놓은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좋은 친구들'인데, 이는 뤽 베송 감독의 재치라고. 스콜세지 감독을 향한 존경을 뤽 베송 감독만의 방식으로 전했다. '좋은 친구들'에 출연했던 로버트 드 니로가 영화 관람 후 감격,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청중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미친 듯이 웃기거나, 온몸에 전율이 일 만한 액션이 없는 점은 아쉽다.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 22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