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新응급처치?…관찰 포맷으로 살아난 ‘맘마미아’ ‘자기야’

[MBN스타 남우정 기자] 관찰 예능이 식상해진 예능 프로그램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수요일 심야로 방송 시간대를 이동한 KBS2 예능 프로그램 ‘맘마미아’는 지난 8일 모녀들의 토크쇼에서 관찰 예능으로 포맷을 바꿨다. 3MC 박미선, 이영자, 허경환이 부모님과 24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그려지며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기 때문에 자신의 집으로 친정 엄마를 초대할 수 없는 박미선은 엄마와 함께 제주도 여행에 나섰고 통영과 안면도에서 거주 중인 허경환과 이영자의 어머니는 서울에 있는 자식들의 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것도 잠시 부모 자식 사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투닥거림은 오히려 정겨움을 선사했고 엄마들이 좋아하는 곳을 함께 가며 추억을 되새겼다.

↑ 사진=KBS 맘마미아 방송캡처

시청자들의 관심은 시청률로도 증명됐다. 포맷을 바꾼 후 4%대까지 떨어졌던 시청률이 6.4%로 회복했으며 동시간대 2위로 올라섰다. 비록 한 주 후 다시 시청률은 하락했지만 3MC와 부모님들의 만남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맘마미아’는 그간 모녀들의 거침없는 폭로와 입담으로 단체 토크쇼의 명맥을 이어왔다. 엄마와 자녀의 입장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솔직한 고백으로 눈길을 끌긴 했지만 게스트로 출연한 남자 MC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기를 쓴다거나, 출연진들의 순위를 정하는 모습은 마치 케이블채널 QTV에서 보던 ‘순정녀’(순위 정하는 여자)를 보는 듯했다. 종편을 장악하고 있는 단체 토크쇼와 다른 점이 없었다.

하지만 관찰 예능으로 노선을 바꾼 ‘맘마미아’는 부모와 자식간의 정에 초점을 둔 본연의 색을 지켰다. 큰 재미보단 소소한 재미에 집중했지만 가슴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 사진=SBS 자기야 방송캡처

이렇듯 관찰 포맷은 약발 떨어진 예능에 응급처치를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맘마미아’에 앞서 SBS ‘자기야’도 단체 토크쇼에서 ‘백년손님’으로 관찰 예능으로 포맷을 바꾸며 이젠 목요일 심야 예능의 터줏대감인 KBS2 ‘해피투게더3’를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백년손님’으로 탈바꿈한 ‘자기야’는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인 사위와 장모의 관계를 안방극장으로 끌고 나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봐오던 사위의 모습과 달랐던 함익병과 남재현은 비방송인이지만 스타덤에 올랐다.

함익병은 장모님에게 “바다 코끼리 닮았다”는 돌직구를 날리는가 하면 80세가 넘은 장모에게 스마트폰을 사주고 일일이 기능을 가르쳐줬다. 결혼 후 처갓집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내과 전문의 남재현은 처음엔 장모님의 사투리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젠 장모님과 함께 장을 보러 다니며 한층 가까워진 모습으로 따뜻한 감동을 선사했다.

예능에는 트렌드가 있기 마련이다. 토크쇼가 시들해지고 리얼 버라이어티가 강세를 보이더니 이젠 다큐멘터리 색을 지닌 관찰 예능이 예능 트랜드를 잡고 있다. 우후죽순 관찰 예능들이 등장하면서 식상하다는 우려도 있지만 ‘맘마미아’나 ‘자기야’처럼 기회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로도 작용해, 당분간 열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