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들개들`, 여전히 어디선가 충격 사건들이…`경종`

조용한 마을인 줄만 알았는데 실상은 다르다. 마을 주민들은 한 여자를 유린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이 여성에게 삶은 지옥처럼 느껴졌을 게 분명하다.
2012년 전북 무주에서 마을 사람들이 지적 장애 아동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사건, 영화 '들개들'(감독 하원준)의 모티프다. 실제 사건의 지적 장애 아동 여성을 병든 노모를 돌보는 야맹증 여성으로만 변화시켰다.
실제 현실의 가해자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 속에 표현된 장기노(명계남), 한동구(이재포), 최용길(조덕제) 등과 같이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는 어른들이었을 거다. 하지만 드러난 그들의 추악한 이면은 정말 부끄럽다.
'들개들'은 고발의 영화다. 드물긴 하지만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인간 같지 않은 짓을 하는 이들을 꾸짖는다. 자성의 목소리와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여기까지다.
불륜과 도박에 빠진 비리 기자 소유준(김정훈)이 마을에 흘러 들어오게 된 이야기와 괴롭힘 당하던 정인(차지헌)이 복수를 하는 과정, 결말 등은 매력적이지 않다. 특히 긴장감 넘치고 손에 땀을 쥐게 할 법하다고 생각할 때, 힘이 빠져 버린다. 진부한 전개와 연출 기법이 거슬리게 다가오는 것도 약점이다.
물론 이 어처구니 없는 마을의 현실을 전하며 관객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며 기분 나쁘게 하려는 의도였다면, '들개들'은 일부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추운 겨울의 강원도에서 고생하며 촬영한 흔적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래서인지 만듦새에 아쉬움이 크다. UN 출신의 김정훈은 감독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팬들이 그토록 싫어한다는 콧수염까지 기르고 스릴러에 도전했는데 빛이 바랜 느낌이다. 99분. 청소년관람불가. 23일 개봉.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