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걸그룹의 섹시 콘셉트에 있어 소속사의 찔러보기 식의 마케팅이 문제일까, 방송국의의 뒷북 제지가 문제일까.
“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까 대중들의 구미가 당기는 것들로 일단 찔러볼 수밖에 없다. 심의 불가 판정 받으면 그때 가서 바꾸면 되니까.” 아이돌그룹이 소속되어 있는 다수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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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최근 아이돌, 특히 걸그룹은 섹시 콘셉트를 무기로 대중들을 유혹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옷을 벗고, 눕고, 엉덩이를 흔들어대는가 하면 여우 눈을 뜨고 노골적인 무대를 펼친다. 2014년 현재까지 컴백한 걸그룹 대부분이 그렇다.
달샤벳은 지난 8일 일곱 번째 미니앨범 ‘B.B.B’와 동명의 타이틀곡을 발표했다. 달샤벳은 신곡에서 일명 ‘가슴앓이춤’으로 변심한 남자친구로 인한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 춤은 오른쪽 가슴부분을 수차례 쓰다듬는 동작으로 논란이 됐다.
달샤벳의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방송국의 권고와 대중들의 반응을 수렴해 안무를 수정했다.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AOA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16일 발매된 신곡 ‘짧은 치마’를 무대에서 선보이면서 치마 밑단의 지퍼를 올리고 엉덩이를 흔들고, 무대에 누워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안무로 선정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AOA의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는 “팬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에 ‘청순섹시’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를 꾸미겠다”며 안무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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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MBN스타 DB |
달샤벳과 AOA는 이미 방송을 통해 소속사에서 계획했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사실 이들은 현재까지 보여줬던 안무와 별개로 이미 수정된 안무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이는 곧 논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한 번 찔러보자는 식이다. 물론, 방송국의 심의팀에서 어떤 제지를 가할지 모를 상황에서 대비책으로 마련해놨다고 하지만 이조차도 그다지 설득력은 없다.
이와 관련해 한 소속사 관계자는 “대중들의 직접적이고 빠른 반응을 얻는 것이 섹시콘셉트다. 논란은 곧 관심의 중심에 선다는 것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이슈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이 같은 마케팅은 필수”라며 “논란이 일 것을 알면서도 일단은 선보이고, 수위를 낮춘 버전의 안무(사실 안무 제작단계부터 이미 만들어놓은)로 수정하면 그 또한 하나의 마케팅이 된다”고 말했다.
모든 잘못을 소속사 쪽으로만 돌리기도 모호하다. 애초에 이들의 무대에 대한 사전검열이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이미 방송을 통해 보여줄 것들을 다 보여주고 나서야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며 제지를 가하는 뒷북치기가 당연시되고 있는
걸그룹들의 섹시 전쟁이 가열되면서 소속사도, 방송사도 일단 대중들에게 보여준 후의 반응을 지켜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모양새다.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뒤에 “논란이 되면 수정하겠다”는 안일한, 혹은 모험일 수도 있는 이 태도가 과연 최선인지 의문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