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주로 브라운관에서 연기력을 뽐냈던 원로배우 나문희와 박인환, 남일우가 스크린에 등장, 40-50대 관객에게는 반가움을 20-30대 관객에게는 새로움을 안기고 있다.
나문희와 박인환은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각각 욕쟁이 할매 오말순, 박씨 역을 말았고, 남일우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태일(황정민 분)의 아버지를 연기했다. 세 배우는 주변 배우들과의 기막힌 호흡은 물론 오히려 주연보다 더 돋보이는 존재감으로 제2의 전성기를 예고하고 있다. 오랜만의 스크린 나들이는 반갑고 신선하기까지 하다.
KBS2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에효효효효” 등 웃음을 유발시키는 유행어로 인기몰이 중인 나문희. 그녀는 ‘수상한 그녀’에서 달콤살벌한 매력을 과시한다. 푸근한 인상에 인자한 미소를 짓곤 가슴 속에 있던 욕을 마구 뱉어낸다. 그런가하면 소싯적 잘나가던 때를 그리워하며 우리시대 할머니들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극중 파트너인 박인환과 이진욱과의 호흡도 돋보인다. 대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게 아닌 그냥 오말순 그 자체다. 때문에 관객들을 오말순의 인생으로 안내하고 있다. 나문희는 “‘수상한 그녀’는 나에게 큰 선물같은 작품이다. 나문희라는 사람에게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많이 이끌어낸 작품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문희의 영원한 슈퍼맨이자 키다리 아저씨 박인환은 극에서 웃음과 감동을 주는 핵심 인물이다. 늘 나문희를 “아가씨”라고 칭하며 넘치는 애정을 드러낸다. 때문에 나문희와 박인환의 귀여운 로맨스는 보는 이들을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순식간에 젊어진 나문희와의 외모를 맞추기 위해 가죽재킷으로 한껏 멋을 낸 박인환의 모습은 카리스마가 넘쳐도 너무 넘친다.
드라마에서 주로 아버지를 연기했던 박인환의 색다른 면모가 ‘수상한 그녀’에 고스란히 담겨 몰랐던 그의 매력을 새삼 느끼게 돕는다. 나문희와의 활약에 이어 손녀 격인 심은경과의 감칠맛나는 커플연기로 웃음보를 자극하기도 했다. 나이차를 극복하고 환상적인 케미(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를 이끌어냈다. 이에 박인환은 “심은경은 딸보다 더 한참 어린 상대배우다. 그러나 마음가짐과 행동이 어른스럽고 연기 감각도 매우 뛰어났다. 촬영 현장 자체도 즐거워 아마도 이번 영화를 통해 나의 전성기가 다시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푸근하기보다는 다소 엄하고 포스있는 아버지로 등장했던 남일우는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자식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을 가진 따뜻한 아버지로 변신했다. 대사량이 많지 않아도 남일우의 표정만으로 모든 메시지가 전달되기에 스크린 속 그의 모습만으로도 묵직하고 먹먹하다.
치매에 걸린 상황에서도 자신이 아닌 오히려 자식을 걱정하는 모습과 엄격함 때문에 따뜻한 말보다는 잔소리로 애정을 드러내는 남일우의 모습이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며 몰랐던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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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