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다. 막장의 아이콘 ‘왕가네 식구들’이 그야말로 ‘황당 코미디’로 막을 내렸다.
개연성 없는 급 해피엔딩으로 ‘막장의 끝’을 보여준 ‘왕가네 식구들이’ 47.3%(닐슨코리아, 전국)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물론 ‘막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대박 시청률을 기록하는 건 아니다. 한계 없는 화끈함으로 중무장한 ‘왕가네 식구들’은 어쨌거나 시청자의 감정 선을 뒤흔드는데 성공했다. 진정 친모라면 상상할 수 없는 무분별한 자식 차별,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극강의 ‘불륜’, 유산을 통해 극복되는 모정, 부부 강간 및 며느리 오디션 등 태어나 한 번 만날까 말까한 초특급 비상식 인물들의 향연으로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린 것.
이 답 없는 캐릭터들이 어떻게 벌을 받을지, 이 막장 스토리가 어떻게 훈훈한 가족극으로 변모할지 시청자들은 눈을 뗄 수 없었다. 자극의 끝이 통했다지만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 대에 이건 해도 너무했다. ‘가족극’이라는 정체성은 마지막 단 1회에서만 억지스럽게 그려졌을 뿐이다.
‘왕가네 식구들’ 마지막 회에서는 돌연 30년 후 가족들의 모습이 에필로그 형식으로 담겼다. 모든 등장인물이 한 자리에 모여 급 해피엔딩을 맞아 실소를 자아냈다.
오만석의 친모 이보희와 한주완의 부친 최대세는 결국 부부가 됐다. ‘왕가네’ 사위들끼리 형제가 되고 자매끼리는 동서지간이 된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게다가 조성하는 첫사랑 김희정과 재혼을 했지만 오현경과는 막역하게 지냈다. 친정이 없다는 김희정은 급기야 오현경의 집을 친정처럼 여긴다며 함께 드나들었다. 김희정과 오현경의 억지스러운 우정까지 그려졌다.
방송 후 시청자 게시판 및 SNS에는 ‘대단하다’ ‘대체 이 막장을 어떻게 끝내려나 봤더니 역시나’ ‘KBS 공영방송 아니었나’ ‘불쾌한 막장 드라마. 황당하고 찝찝한 기분을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나’ ‘현실성 하나없는 내용은 물론이고 거부감까지 들었다’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오는 22일부터는 후속작 ‘참 좋은 시절’이 방송된다. 가난한 소년이 검사로 성장해 1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이야기. 이번에도 가족의 가치와 사랑 등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설명했지만 ‘왕가네 식구들’의 경우를 보면 앞으로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공영방송 KBS가 각종 드라마 참패 속에서 유일하게 ‘막장’으로 재미를 본 가운데, 이번에는 오명을 벗고 진정한 ‘가족극’으로 흥행과 인기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현정 기자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