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한 베이커리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인질극이 벌어졌다.
토요일 늦은 시간대였지만, 인질극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삽시간에 몰려들었고 이들은 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112’를 누르는 시민들 사이로 손바닥 크기의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사건 현장을 보는 이들이 나타났다. 사건 현장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던 것이다.
누군가의 목숨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공유 정신’을 잊지 않았고, 다른 이들에게 ‘보여주기’위해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을 감행했다. 이곳에는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우리네 속담이 살짝 비틀린 채 존재하는 듯 했다.
사실, 인터넷이 상용화 될수록 온라인 속 개인의 공간은 더욱 확고해져갔으며 보다 간단해졌다. 디지털 카메라에서 스마트폰으로 세대 교체가 이루어질 즈음, 미니홈피와 블로그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체됐다. 특히나 흐름의 중심에 있는 것은 지인들과의 교류가 조금 더 용이한 페이스북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가장 많은 자기 과시와 꾸밈, 흥미 유도를 하는 곳이 페이스북이었다. 개인의 공간이 더욱 뚜렷해졌음에도 사람들은 페이스북의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라는 질문에, 쉽사리 답하지 않았다.
많은 이가 자신의 현재 생각이 아닌, 타인에게 보여주고픈 생각을 그려냈다. 페이스북은 자신을 잘 아는 지인들이 모였기에 더욱더 꾸며낼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고, 모두가 보여주기에 열중했다.
결국, 사람들은 SNS를 자신만의 온전한 공간이라고 정의했음에도 누군가 그 벽을 뚫고 들어 와주길 바랐다.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좋아해주길 원했다.
때문에 ‘좋아요’를 바라는 이들은 더 큰 자극을 만들어냈다. 개인의 일상을 공유하는 차원을 넘어서 과한 보여주기가 시작된 것이다. 소소한 페이스북 스타부터 다양한 사건이 많은 이의 시간(페이스북의 메인 페이지를 타임라인이라고 일컫는다)에 머물렀다.
다양한 ‘좋아요’ 구걸 글이 난무했지만 실소를 터트리는 유머글, 개인의 일상 공유는 페이스북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압구정 인질극만큼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일일 것이다.
물론, 뉴스를 통해 크게 보도된 덕인지 압구정 인질극 현장이 아직까지 SNS를 통해 공유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건의 길거리 사건, 사고가 영상으로 포착, SNS에 오르내리는 것을 본다면 압구정 인질극 역시 누군가에 의해 그 현장이 중계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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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NS 속 보여주기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
안성은 900918a@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