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살인마 태수(이민기 분)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미친 여자로 불리는 복순(김고은 분)의 동생 은정(김보라 분)을 죽인다. 이때부터 태수와 복순의 질기고 질긴 운명이 시작, 두 사람은 서로의 목적을 위해 쫓고 추격을 계속한다.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살인마와 미친여자의 흥미진진 대결의 끝은 어떻게 되며 이들이 얻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몬스터’
[MBN스타 여수정 기자] 찌질함의 끝판왕 이동희가 살인마 태수로 변했다? 촬영이 끝난 지 오래됐음에도 여전히 배우 이민기의 눈빛에는 영화 ‘몬스터’ 속 살인마 태수의 느낌이 살아있다. 전작 ‘연애의 온도’에서 철부지 남친 이동희로 분해 여성관객들의 무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던 터라 그의 변신은 반신반의였다.
그러나 이민기의 연기 변신을 걱정한 시간이 아까울정도로 그는 이동희를 완전히 벗고, 냉혈한 살인마 태수를 입었다. 예민한 태수 역을 위해 그는 체중감량과 4%의 체지방을 유지했다. 덕분에 관객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민’으로 똘똘 뭉친 이민기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눈에 독기를 가득 담은 채 “죽여줄까?”라고 살벌하게 묻는 이민기의 모습은 섬뜩함을 절로 느끼게 한다. 피범벅이 된 채 상대방을 노려보는 장면을 시작해 족발을 들고 인정사정없이 상대를 제압하는 장면, 사람인지 불사조인지 의심케 하는 장면 등 그가 배역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고심했는지 곳곳에 담겼다.
↑ 사진=레드카펫 |
이민기의 말처럼 확신이 든 상태에서 연기를 했기에 그런지 그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건 배성우와의 계단 액션 장면이다. 이는 영화 속 등장하는 액션 중 가장 긴 액션이자 동작이 워낙 빠르게 진행되기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이미 개봉 전부터 이민기가 대역 없이 모든 장면을 소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에 이 장면은 더더욱 값지다.
“액션을 위해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다. 앵글상황이나 감독님이 추구하는 시퀀스의 느낌에서는 대역을 절대 쓸 수가 없더라. 거의 두어 달 넘게 준비했고 하루에 2~3시간 씩 매일 연습했다. 덕분에 별다른 부상 없이 안전하게 촬영을 마친 것 같다. 촬영하다 부상을 당하면 현장의 흐름이 깨지는 건 물론 배우 스스로도 감정이 깨진다. 나는 이를 잘 알기에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보통의 상투적인 살인마라면 도끼나 망치, 칼로 위협하거나 살인할 텐데 태수는 젓가락이나 맨손 등 상황에 맞는 무엇인가를 이용해 상대를 제압한다. 배성우와의 계단 액션에서 가장 많이 다쳤다. 2~3일 정도 촬영했다. 서로 합을 맞추고 찍고를 반복했는데 감독님이 상대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건 가짜 같아서 싫어하기에 차라리 막자로 방향을 바꿔 사실감을 더했다.”
화려함 보다는 노력의 흔적이 보이는 액션장면이 남성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면, 이민기의 완벽한 복근은 스릴러 속 환호를 자아내게 했다. 비록 생각만큼 복근 노출이 적어 아쉬움을 안기기도 했지만 몇 장면 없기에 집중하게 되고 그저 소중하다.
“지금은 ‘몬스터’ 속 체지방 4%의 몸이 아니다. (웃음) 힘든 것은 둘째 치고 예민해지더라. 잘 먹고 운동하면 되는데 빠르게 몸을 만든 것이라 오래 잡고 있을 상태가 아니었다. (예상외로 노출장면이 적은데) 다시 그때의 몸으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노력해야 되는지 알기에 지나고 보니 (적은 노출장면이) 아쉽다. 그러나 적당하게 잘 나온 것 같다. 노출장면이 너무 많았다면 상투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도자기를 만드는 모습이 충분히 인물의 섬세함을 보여준 매력점이었다. 사람의 뼈를 넣어 제작하기에 잔혹성도 맞아 떨어진다. 사실 구워지는 도자기를 보면서 태수가 턱걸이를 한다는 장면을 넣을까 농담조로 말했지만 태수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 같더라.”
여성 관객들에게는 너무도 부족했지만 적절한 복근 노출은 이목을 끌기에는 충분했다. 또한 집중해 도자기를 빚는 장면은 마치 ‘사랑과 영혼’을 연상케 한다. 이 역시 이민기의 숨은 노력이 더해져 그 진가를 발휘한 것이다.
“도자기 빚는 장면을 위해 5회 정도 연습했다. 처음에는 어떤 부분을 촬영할지 몰라 반죽부터 작품제작까지 다 연습했다. 그러다 촬영분이 정해져 영화에 나온 부분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쉽게 보일지 몰라도 어렵더라. 조그마한 작품을 제작하는 건 쉽지만 큰 작품은 어렵다. 네 개의 작품을 만들었는데 사실 작품이라기보다는 작은 재떨이부터 큰 재떨이다. (웃음) 심지어 내가 재떨이라고 말하기 전까지 다들 무엇인지 모르더라.”
↑ 사진=스틸 |
“태수와 주변인물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은 별로 재미가 없다. 영화 속에서도 별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알다시피 태수에게 엄마와 형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돌파구다. 처음에 태수가 저지르는 첫 살인은 형과 놀기 위해 그런 것이다. 감독님의 의도 역시 자연스러움이었다. 태수는 처음부터 결핍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이고 목적과 희열로 살인을 하는 친구는 아다. 단지 미완성의 존재일 뿐이다. 선택에 의해서 변한 게 아닌 결핍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
대화를 이어갈수록 태수를 향한 이민기의 노력과 애정은 더욱 돋보였고 제대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그의 차기작이 궁금해졌다. ‘황제를 위하여’는 모든 촬영을 끝내고 개봉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며 물망에 올랐던 ‘내 심장을 쏴라’는 영화를 하게 된다면 욕심을 내고 있는 작품이지만 아직은 뭐라고 이야기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연애의 온도’로 시작해 ‘몬스터’ ‘황제를 위하여’까지 줄줄이 이어진 이민기의 스크린 나들이는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2012년 3월 20일 종영한 tvN 드라마 ‘닥치고 꽃미남밴드’를 끝으로 그의 안방극장 나들이는 멈춘 듯하다.
“안방극장 컴백은 정말 모르겠다. 가끔 극장에 잘 안 오는 어머니 팬들이 ‘은퇴했냐’고 묻더라. (웃음) 하긴 내가 쇼 오락 프로그램을 나가는 것도 아니기에 오해할 만하다. 정말 좋은 기회가 있다면 안방극장에서도 인사드리고 싶다.”
약 9년 전 ‘굳세어라 금순아’ 노태완을 시작으로, ‘진짜 진짜 좋아해’ 남봉기, ‘달자의 봄’ 강태봉 등의 뒤를 이을 개성만점 캐릭터로 안방극장까지 장악하길 바랄뿐이다. “안방극장에서도 꼭 보고싶다”는 말에 이민기는 “(출연작을) VOD로 볼 수 있다”며 미소와 함께 센스를 발휘했다.
이민기의 센스는 점점 커져 ‘연애의 온도’ 이동희와 자신의 연애차이, 국악소녀 송소희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찌질한 남자친구를 자주 사귀나 보다. ‘연애의 온도’를 보고 다들 공감했다더라. ‘예전에 나랑 사귄 애랑 비슷하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안 그런 남자도 많다. 나 역시 이동희와 다르며 그렇게 길게 연애를 한 적이 없다. 아직 (나의) 인연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며 “요즘 국악소녀 송소희가 귀엽고 멋지더라. 우연히 그 친구의 방송 인터뷰를 봤다. 내가 송소희의 나이 대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가치관이 보여 멋있다고 느꼈다.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이를 불물하고 다 멋진 것 같다”고 의견을 차분하게 밝혔다.
살인마에서 곧 전직야구선수로 스크린에 등장할 이민기는 끝으로 예비관객들을 자극할 ‘몬스터’의 매력을 알렸다.
↑ 사진=MBN스타 DB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