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조우영 기자] # 로커의 꿈을 키우던 달호는 소속사 계약 때문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봉필’(봉달호+뽕짝의 필·feel)이란 예명의 앨범을 낸다. 데뷔 무대에서 달호는 자신이 창피해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노래를 부른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 속 달호는 결코 의도하지 않은 신비주의 콘셉트로 오히려 큰 인기를 끌게 된다. 2007년 영화 '복면달호'의 스토리다.
감추면 더욱 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그러나 끝내 그의 가려진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다만 복면이 얇은 천인 덕에 살짝 그의 얼굴이 비쳤다. 자세히 보니 오똑한 콧날과 전체적인 얼굴 모양새가 걸그룹 슈가 출신 배우 박수진을 떠올리게 했다.
앞서 그의 소속사 측은 "빼어난 미모보다 오롯이 다이아나의 음악에 집중하게 만들기 위한 선택이다"고 설명했던 터다. 홍보자료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재미 없다. 혹시 성형 부작용이거나 치아 교정 중인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만 했다.
"하하. 그 흔한 보톡스 주사도 맞아본 적 없는 걸요. 얼굴을 가리고 나오니 아직 성형이 덜 된 것 아니냐 짖궂게 물어보는 분들이 계신데 정말 아닙니다. 요즘 여자 가수라고 하면 몸매나 얼굴부터 먼저 주목하는 현실이잖아요. 그런 점을 깨고 싶었어요."
수줍은 듯 청아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모습이 당차다. "데뷔 후 첫 인터뷰라 긴장돼 지난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신인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당당함은 곧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실력이 뒷받침 됐을 때 나온다. 그는 이번 데뷔 앨범을 자작곡으로 채웠다. 중학생 시절부터 실용음악학원을 다녔고, 재즈피아노를 배우면서 작곡을 시작했다. 현재 24세라는 그의 나이에 비해 음악적 성숙미가 느껴지는 바탕이다.
'피비 알앤비(PB R&B)'라는, 다소 국내에서 생소한 장르의 끈적한 멜로디와 그에 걸맞은 그의 농염한 음색이 귀를 사로잡는다. 그가 직접 썼다는 노랫말도 수준급이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건 하나/ 니가 매일 입던 하얀 셔츠/ 니 맘대로 해/ 하고 싶은 대로 해(타이틀곡 '다 들어줄게' 中)'라거나 '내 단추가 다 풀렸어/ 어디든 몸을 기대고 싶어/ 지금 그 누구보다 뜨거운 숨결/ 순간 손과 다리에 힘이 풀려/ 이젠 선명하게 보여 니가 가려왔던 그 사람(2번 트랙 '실루엣' 中)" 같은 표현이 도발적이면서 여러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타이틀곡 '다 들어줄게'는 친한 이성친구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쓴 곡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이 어떻게 해주면 가장 큰 위안이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죠. '내 옷을 여자친구가 입고 있을 때 가장 예뻐보인다'는 한 친구의 말을 듣고 하얀 셔츠에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물드는 느낌을 떠올렸죠. 그리고 그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상처받은 남자를 위로하는 노래입니다."
'다 들어줄게'는 뮤지션 다이아나가 하고 싶은 음악인 셈이다.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돼 줄 수 있는 음악. 그것이 다이아나의 음악이다. 반면 앨범의 2번 트랙 '실루엣'은 다이아나의 포부를 엿볼 수 있는 곡이다.
"단추가 풀렸다는 가사는 정신이 혼미해졌다는 뜻이에요. 생각하기에 따라 야하게 들리실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실루엣 뒤에 감춰져 있던 제가 한발짝 세상에 나와 음악 활동을 하겠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고요.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시작했지만 작사·작곡 활동만 주로 하면서 전 항상 가려져 있었습니다. 이제 숨지 않고, 보다 많은 분께 제 음악을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데뷔 전 그의 별명은 '영X천'. 한 제약사의 건강 드링크다. 친구들에게 언제나 활력소가 되는 그였기 때문이다. 이제 관계자들은 그에게 '음악 천재'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다이아나는 "부끄럽지만 이름값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변치 않는 뮤지션으로 남는 게 목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은 물론 앞으로도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것이 기본임을 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제가 진짜 천재는 아닐 지라도 엄청난 노력형 긍정파인 건 맞아요. 하루에 하나씩은 꼭 프로듀싱 비트 메이킹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일은 제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고 발전하는 뮤지션이 되겠습니다. '다이아나'라는 이름 꼭 기억해 주시고 지켜봐 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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