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 사람의 감정인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보여주는 대중문화계는 행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거의 대부분의 일정은 취소됐고, 뉴스특보가 쏟아지는 브라운관 역시 정지됐다. 그러나 참사 10일이 지나고 있는 지금, 대중문화계는 깊은 애도 속에 조금씩 활동 재개를 준비를 하고 있다.
웃고 떠드는 지상파 예능은 아직 방송되지 않고, 떠들썩한 대형 야외 축제는 여전히 취소 및 연기 상황이다.
그러나 방송에서는 드라마가 재개되고, 토크쇼 위주의 예능도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을 중심으로 방영되고 있다. 가요계 역시 일부 음원을 공개하기 시작했고, 영화계도 새로운 영화 홍보에 나섰다. 공연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지만, 뮤지컬과 연극계도 대외 행사인 프레스콜 일정을 다시 잡기 시작했다.
이런 움직임의 기저(基底)에는 지속적으로 슬픔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어느 정도 빠져나와야 하는 판단이 존재한다.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 한 연극 관계자는 “웃고 즐기며 떠들썩하게 무엇인가를 해봐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살아있는 사람들, 계속 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계속 슬픈 감정만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옳다고 보기 어렵다”며 “계속 슬픈 생각만 하면 사람이 더 극단적으로 갈 수 있다. 음악이든 공연이든 이를 풀어줄 수 있는 문화적 방안도 이제는 고민해봐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요계 인사도 이와 비슷한 말은 전했다. 한 관계자는 “어떤 음악을 듣느냐에 따라 사람의 감정이 바뀐다. 지금은 물론 슬픈 음악을 들을 때다. 그러나 그 감정에 매몰되면, 그 이후에는 ‘치료’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그 과정 전에 조금이라도 바꾸게 할 문화적 요소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상업적 논리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냐며 비판적 눈길을 보낸다. 세월호 참사 때문에 벌어들이지 못하는 수익 때문인 거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 눈길을 가짐과 동시에 앞서 제기된 대중문화계 관계자들의 조언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기억은 해야겠지만, 오랜 시간 슬픔을 지속할 순 없기 때문이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