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 사진=곽혜미 기자 |
하지만 ‘정조전’을 본 사람들에게 박진우는 그저 미친 우왕이었다. 정통성을 의심 받으며 살얼음판 같은 인생을 살아온 우왕은 캐릭터처럼 진짜 미쳐서 연기를 했다. 덕분에 10년 넘게 자신을 가뒀던 이미지를 단번에 벗어났다.
◇ “욕 먹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긴장감 넘치는 전개와 배우들의 폭풍 같은 연기력으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는 ‘정도전’은 대하사극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초반의 영지(강예솔 분)의 죽음으로 분위기 반전을 이뤄냈다면 드라마 중간을 넘긴 지금은 이인임(박영규 분)와 우왕의 죽음이 극의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그 마지막을 박진우는 처절하고 비참하게 맞았고 그 모습은 시청자들의 머리 속에 강렬하게 기억됐다. 그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죽는 연기는 많이 해보지 않았고 다른 선배님들이 다 멋있게 죽었는데 저 혼자 어설프게 죽으면 지금까지 연기한 우왕 캐릭터가 물거품이 될 것 같았다. 힘들게 준비를 했는데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라며 웃었다.
‘정도전’에 합류하기 전 박진우는 우왕의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걱정 없이 들어갔지만 날이 갈수록 우왕의 비중을 늘어만 갔다. 그가 죽어야 타이틀롤인 정도전의 대의가 이뤄지는 작품이다. 오래 나올 수 없는 캐릭터임에도 분량은 늘어갔다. 박진우의 연기가 인정받은 것을 드러낸 셈이다.
◇ “선배들과의 눈싸움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정도전’은 어느 작은 캐릭터라도 쉬어갈 틈이 없는 연기神들의 집합소다. 연기 경력 10년째인 박진우는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등에 비하면 햇병아리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배우들과 맞붙는 우왕을 연기해야 했다. 이들에게 밀린다면 우왕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도전’의 감독도 유일하게 젊은 배우인 박진우를 두고 걱정이 많았고 눈싸움에서 지면 안 된다고 강조할 정도였다.
“전 제가 그렇게 긴장을 많이 하는지 처음 알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제가 연기를 하면 선배님들이 앞에서 대사를 받아 주신다. 저 혼자 연기를 하고 있을 때도 앞에서 다 제가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지켜보고 계신다. 긴장되고 떨렸는데 오히려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우왕은 미쳐있기 때문에 지면 안되고 오히려 호통을 쳐야 하기 때문에 눈싸움에서부터 지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당연히 질 줄 알았는데 제 몸 속에 그걸 맞받아 치기도 하더라.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군제대 후 정통 사극을 하고 싶다고 했던 박진우의 사극 사랑은 유별났다. 군 입대 전 ‘천추태후’ ‘비천무’ 등의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배우로서 또 도전하고 싶었고 그래서 선택한 작품이 ‘정도전’이었다. 배우로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사극은 꾸준히 도전할 의사를 밝혔다.
“현대극은 일반 사람들을 연기한다면 사극은 현대에 살고 있지 않는 사람을 연기하니까 더 연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더 집중을 하고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사극 연기는 달콤하고 더 맛있다. 배우로 연기하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집중력도 커진다. 나중에라도 사극 연기는 꾸준히 하고 싶다.”
2004년 데뷔해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데뷔 때부터 잘 생긴 외모로 주목 받았고 의도치 않게 다작을 할만큼 연기를 쉬지 않았다. 하지만 주어진 캐릭터는 꽃미남에 착한 남자였다. 채워지지 않았던 연기에 대한 욕구는 군대를 다녀온 후 달라졌다.
“항상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제 이미지과 반대되는 것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이제서야 하게 됐다. 전에는 나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내 이미지와 맡는 역할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그런 작품만 했다. 근데 군제대 후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악역이나 미친 연기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미지가 아닌 연기력으로 소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도전’을 할 수 있었다.”
잘생긴 꽃미남으로 데뷔 당시부터 탄탄대로였고 주연으로 여러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충분히 들떠 있을 수 있었지만 박진우는 스스로를 연예인이 아니라 그저 직업이 배우일 뿐이라고 했다. 배우로의 목표도 단 하나다.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는 것.
“회사에 들어가면 신입사원에서 승진해 대리가 되고 부장이 되는 것처럼 저도 그냥 배우로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아빠 역할을 하고 싶다. 지금도 이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게 저에겐 꿈만 같다. 다만 아직 배우로의 제 색
스스로 아직 배우로서의 색을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박진우는 이번에 ‘정도전’을 통해 누구보다 강렬한 하나의 색을 입었다. 이에 버금가는 더 많은 색을 입고 덮어서 본연의 색을 드러낼 수 있는 배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