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 사진=곽혜미 기자 |
발라드부터 유쾌한 댄스 무대는 물론, 이야기가 있는 뮤직토크쇼에 영화까지. 그야 말로 멀티형 콘서트다. 23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 임창정의 첫 단독콘서트의 이야기다.
임창정은 첫 단독콘서트인 만큼 단단히 준비한 듯 했다. 이렇다할 소감은 없었지만 그는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첫 인사를 건넸다.
임창정은 “옆에서 엑소가 공연을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저쪽은 엑소 보고 소리지르다 몇 명 실려 갔을 거다. 우리 팬들도 가식으로라도 소리를 질러달라”며 농담을 던졌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오프닝 무대에서 작은 실수가 있었던 것에 멋쩍어하더니 “라이브 공연이 다 그런 거 아니냐. 완벽하게 해도 문제다. 그런 사람들도 꼭 있다”고 괜히 큰소리를 쳐 모두를 웃게 했다.
# 테마가 있는 음악 ‘임창정의 뮤직토크쇼’
2000년 11월 발매된 앨범 ‘날 닮은 너’를 부르기에 앞서 그는 곡에 얽힌 비화를 공개했다. 과거 이 곡을 받고 그는 두 번이나 퇴짜를 놓았다. 그렇게 수정을 거친 후에야 그는 곡을 받아들였고, 직접 가사를 썼다.
“멜로디가 정말 구닥다리였다. 최종 수정된 곡을 받았는데 괜찮더라. 내가 조금 수정해서 작곡자 이름에 같이 올릴 수 있을까 했는데, 작곡가가 절대 안 넘어 오더라.(웃음)”
또한 그는 ‘이미 나에게로’에 대해서는 1989년 우연히 만난 여자를 보고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상형으로 생각하던 사람과 흡사한 그 여인을 두고 만들 곡이 바로 ‘이미 나에게로’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사는 집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의 마음을 담은 ‘혼자만의 이별’과 ‘나쁜 그대’ ‘가슴에 고인 이름’ 등도 선보였다.
# “진짜 임창정을 찾아라”…다시 보는 ‘히든싱어’
지난해 싱글을 발매한 임창정은 ‘히든싱어2’에 출연했다. ‘히든싱어’는 임창정의 음악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한 계기가 됐다. 당시 그의 오랜 팬을 자처한 허각이 임창정의 은퇴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고, 임창정 역시 함께 펑펑 흘린 눈물에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방송을 통해 팬들에 대한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된 그는 이후 팬들과 소통하는 것에 힘써왔다. 이날 콘서트에서 역시 자신의 팬이자 ‘히든싱어’ 임창정 편에 출연했던 이들을 무대에 세웠다. 1997년 5월 발매된 3집 앨범의 ‘결혼해줘’를 각자 한 소절씩 부르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짜 임창정’을 맞추는 재미를 안겼다.
노래가 끝난 이후 그는 “사실 이전에 불렀던 ‘혼자만의 이별’은 이 친구들이 무대 뒤에서 부르고 내가 립싱크를 했다. 또한 지금 부른 ‘결혼해줘’는 내가 무대 뒤에서 부르고 이 친구들이 립싱크를 했다”고 말했다.
관객들은 그의 말을 못 믿겠다는 의미의 야유를 쏟아냈다. 그러자 그는 능청스럽게 “우리 계획이 성공했다”며 기뻐했다. 계속해서 그는 “성공이다” “진짜 립싱크였다”라며 천연덕스러운 거짓말로 팬들을 농락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임창정은 최근 발매한 정규12집의 수록곡이자 ‘히든싱어’ 출연자들과 함께 한 ‘너의 미소’를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이 곡은 임창정이 방송 당시 출연자들과 함께 작업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으로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 사진=곽혜미 기자 |
# ‘비트’부터 ‘색즉시공’까지…스크린을 무대 위로 올리다
임창정은 그야 말로 멀티다. 가수로서 ‘소주한잔’ ‘날 닮은 너’ ‘그때 또 다시’ ‘이미 나에게로’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내놓을 땐 언제고 돌연 은퇴선언을 했다. 이후 그는 스크린을 누비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이날 콘서트 중반에는 그의 배우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영화 ‘비트’(1997)와 ‘사랑이 무서워’(2011)에 출연한 임창정의 모습을 편집해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더니 ‘비트’ 속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와 또 한 번 팬들을 자지러지게 했다.
촌스러운 노란색 브릿지 머리에 교복을 대강 걸쳐 입은 그는 영화에서 그랬던 것처럼 껄렁대는 모습으로 ‘플리즈 돈트 유 루즈’(Please don’t you lose)와 ‘인 더 클럽’(In the club)을 열창했다.
또한 ‘불량남녀’(2010) ‘시실리 2km’(2004)의 영상 후에는 ‘뭔데뭔데’를 선곡해 분위기를 띄웠고, ‘스카우트’(2007) 영상에는 ‘어느 하루가’를, ‘색즉시공’ 영상에는 ‘조언’을 선곡해 보는 이들의 재미를 돋웠다.
# 팔색조 보컬 임창정, 관객 웃겼다가 울렸다가
앞서 임창정은 전국 투어 준비를 하며 추린 곡리스트만으로 공연시간이 3시간 30분 이상이 되어, 공연 시간을 줄이는데 애를 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날 콘서트에서 그는 ‘썸머드림’ ‘기쁜 우리’ ‘소주 한잔’ ‘그때 또 다시’ ‘말해요’ ‘너를 너로써’ ‘흔한 노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늑대와 함께 춤을’ ‘문을 여시오’ 등 총 38곡에 달하는 무대를 선보여 4500명의 관객을 웃고 울렸다.
특히 임창정은 무대 중앙에 위치한 스크린에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띄우고 ‘그 간단한 안녕조차 못한 이별.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편 임창정은 이날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전주, 인천, 광주, 대구, 일산 등지에서 데뷔 후 첫 전국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