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수(이선균 분)가 저지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그를 위협하는 박창민(조진웅 분)은 냉정하면서도 뼈있는 말로 건수를 자극한다. 차분하게 시작된 협박은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집요해진다. 창민은 자신의 정체와 목적은 밝히지 않은 채 건수를 제멋대로 조종하고 숨통을 조여 간다. 건수의 궁금증이 극에 다다랐을 때, 창민은 그의 앞에 등장한다. 너무도 태연하고 능청스럽게. / ‘끝까지 간다’
[MBN스타 여수정 기자]
![]() |
↑ 사진=천정환 기자 |
전작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운전 전문 말더듬이 기태 역을 맡았던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에서는 침착하고 치밀한 목격자 박창민 역을 맡았다. 선악 구분이 애매한 목격자로 등장, 자신의 미끼 건수(이선균 분)를 끈질기게 자극하고 추격하고 또 추격한다.
극 초반 정체불명 목격자로 등장하기에 건수는 물론 관객에게까지 그의 존재는 미스터리에 궁금증 폭발이다. 때문에 조진웅의 첫 외형 등장은 임팩트가 강하다. 마치 창민이라는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교묘하면서도 세다. 정갈하게 가르마를 탄 헤어스타일, 각이 잡힌 의상, 어떤 상황에도 태연한 능청스러움 등이 너무도 돋보인다.
“리딩 할 때 힘들었다. 이유는 배우들과 함께 있지만 난 나오지 않아서다. (웃음) 이렇게 조금 나오는 줄 몰랐다. 리딩 때는 사운드가 있어 많이 등장한 느낌을 받았다. 첫 등장이 이선균과의 전화통화라 고민이 많았다. 이선균 선배와 첫 등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나에게 ‘창민이는 버릇이 뭘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난 우스갯소리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라고 답했다. (웃음) 창민만의 무엇인가를 표현하려했다. 창민이는 실수를 의도한다는 설정을 깔아 놨다. 보통 사람들은 실수를 두려워하는데 창민은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의 애드리브도 있었다. 적절한 선을 유지하는 게 힘들더라. 건수는 갓 잡은 고등어처럼 파닥되는데 나는 차분하게 있어야 되니까. 감독님도 나에게 차분하게 연기하기를 제안했다.”
건수는 갓 잡은 고등어지만 조진웅이 열연한 창민은 이 고등어를 가지고 노는 어부다. 또한 조진웅이 차분하게 연기를 이어갔기에 관객의 입장에선 더욱 강렬하고 묘한 공포심까지 받는다. 고등어와 어부가 만난 셈이니 이선균과 조진웅의 연기 합은 ‘일품’일 수밖에 없다.
“영화를 본 이들이 나와 이선균 선배의 호흡이 잘 어울렸다더라. 이선균은 정말 좋은 형이다. 그래서 조언도 많이 얻고 실생활에 디테일한 도움도 받았다. 내가 동생으로서 어리광을 피우거나 나의 작은 말도 귀담아 듣고 챙겨준다. 이선균 선배와의 액션장면에 앞서 우리 두 사람은 서로 죽일 거야, 내가 살아야 돼, 이 친구가 없어야 내가 산다 등의 생존 느낌이 있었으면 했다. 이미 맞춰온 합에는 이런 느낌이 없었고 찍은 후 영상을 보니 재미도 없더라. 그래서 준비해온 무술팀에게는 미안했지만 모두의 의견으로 다시 촬영했다. 진짜 액션장면이 잘 나왔으면 했는데 멋있고 깔끔하게 나온 것 같다.”
조진웅과 모두의 노력 덕분인지 ‘끝까지 간다’는 개봉 전 제67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 부문에 초청돼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영화제 당시 엄청난 박수와 웃음이 계속됐고 호평도 끊이질 않았다고.
![]() |
↑ 사진=천정환 기자 |
“칸 영화제 초청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고무적인 결과다. 영화제 초청을 타깃으로 만든 작품은 아니다. 사실 영화가 개봉되고 큰 흥행을 이루지 못하면 대중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지곤 한다. 그러나 유명한 명작이나 명배우, 명감독의 작품은 오래 기억되지 않냐. 내가 출연한 작품 중 대부분은 서랍장에 넣고 가끔 꺼내보고 싶거나, 너무 피곤한 날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 영화가 방송되는 걸 보고 그냥 못자고 결국 보게 되는 그런 것들이 많다. (웃음) 영화가 잘되면 정말 좋다. 한 작품을 끝내고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또는 매번 작품에 임할 때 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만 무대 인사나 관객들을 만날 때 창피하지 않다. ‘끝까지 간다’ VIP 시사회를 본 지인이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를 본 것 같다’고 하더라. 정말 좋다.”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 촬영 당시 배우와 감독, 제작진이 모여 ‘이 장면이 말이 되는가, 안 되는가’를 두고 재촬영, 장면 수정 여부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장면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감독의 배우 의견을 수렴 덕분에 관객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 넘치고 다이나믹한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우리들은 저 장면이 재미있냐, 말이 되느냐 여부에 대해 솔직했다. (웃음) 본래 맞춰온 액션 합이 아닌 날것으로 하는 즉흥 액션은 화려하진 않다. 나와 이선균 선배도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 못할 바에 그냥 진흙탕 싸움의 끝을 보여주고 싶었다. 때문에 실제로 아파보이는 장면은 정말 아팠다. (웃음) 어찌 보면 무식하게 촬영했는데 스스로 괜찮을 거야라고 주문을 외우기도 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크레인에 연결된 와이어 작업 시 민폐더라. (웃음) 나와 연결된 줄을 잡고 있는 제작진이 내 무게 때문에 다른 이들에게 ‘빨리 더 와’라고 말하는 걸 많이 봤다. (웃음)”
이 세상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던 차분하고 섬세한 악역의 등장, 칸 영화제서의 긍정적인 반응, 최강콤비를 자랑하는 조진웅 이선균,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되고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이야기 등으로 ‘끝까지 간다’는 극장가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조진웅은 다시 한 번 작품에 대한 깊은 평가로 애정을 과시했다.
![]() |
↑ 사진=천정환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