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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민(사진=유용석 기자) |
30일 솔로곡 '나이스 바디(Nice Body)'를 발표한 걸그룹 티아라 효민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삼성동 JBK컨벤션홀에서 솔로 앨범 발매기념 기자간담회를 연 효민은 "건강하고 밝은 섹시미를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가 입은 뮤직비디오 무대 의상에 적힌 34-24-36 숫자는 신체 사이즈를 의미한다. 효민은 "흔히 이상적인 몸매로 불리는 그 숫자에 맞춰보려 노력했지만 바스트(가슴) 부분이 어렵더라. 줄자로 잴 때 숨을 조금 들이마시니 되긴 되더라. 내 실제 몸매 사이즈라고 끼워 맞춰 우기고 있다"며 웃었다.
역시 섹시 콘셉트였다. 효민은 앞서 성인 인증을 해야 볼 수 있는 19세 이상 관람가 티저 영상을 내놓은 바 있다. 수영복을 떠올리게 하는 그의 파격적인 의상이 수위를 짐작하게 했다. 효민은 "뮤직비디오와 티저 영상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무대 위에서는 조금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효민은 엉덩이와 가슴을 강조하는 춤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것이 바로 나이스 바디'라는 소속사 측의 홍보 문구에 충실했다. 효민은 "노래 제목이 '나이스 바디'란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정말 부담이 컸다"며 그간 자신이 해온 운동법과 다이어트 식단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이야기다.
'나이스바디'는 작곡가 용감한형제의 곡이다. 슬로우 템포의 힙합 리듬이 깔린 댄스곡이다.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은 여자의 마음을 풀어냈다고 소속사 측은 소개했다. 실력파 래퍼 로꼬가 피처링했다. 로꼬의 랩과 효민의 음색이 제법 잘 어울렸다. 걸그룹 티아라에서 부각되지 않은 효민의 음색이 매력적이다.
그런데 줄자, 계단, 스탠드바 등이 소품으로 사용된다. 효민은 각각 가슴과 하반신 중요 신체 부위에 줄자를 가져다 대 비벼,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뒤돌아 서서 계단을 오르거나 스탠드바 앞에 설 때는 그의 엉덩이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효민은 "사실 멤버들과 함께 하던 무대가 비어 보이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여러 장치에) 욕심을 냈던 것 같다"며 "그럼에도 가사에 가장 적합한 소품들이다. 우리끼리는 일명 '애플힙(Apple Hip) 댄스'라고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결국 기자간담회 내내 그의 몸매에만 관심이 집중됐다. 솔로로 출격한 가수의 노력은 오롯이 음악에 대한 것이 아닌 몸매 관리에 분산됐다. 아니면, 음악을 제대로 모르는 취재진이라고 탓해도 좋다. 그러나 그의 노래 자체가 그랬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음악 보다는 효민이 부르는 노래의 내용과 그의 몸매에 집중하게 하는 퍼포먼스다. 이것이 효민과 소속사 코어콘텐츠의 노림수라면 성공한 셈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노출을 원해요' '그래서 다이어트' '난 사랑받길 원해요' '난 예뻐질거야. 사랑할거야' '난 더 보여줄거야' '남자라면 한 번즘 야한 생각을 해요. 그게 나였으면 좋겠어' 등의 노골적인 가사는 일부 자존감이 강한 여성들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으면 다행이다.
남자에게 사랑받는 방법이 '섹시한 몸매'를 만드는 게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설령 그것이 때로는 '불편한 진실'이거나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풍자라 할 지라도 지나치게 솔직했거나 가볍다는 해석이 나올 만하다. 티아라는 특히 이러한 논란에 주의할 필요가 있는 그룹이다.
오히려 그런 점에서 음악적으로는 효민의 첫 자작곡 '담(談,膽)'이 더욱 주목된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확인할 정도는 아니어도 최소한 그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더욱이 걸그룹 티아라가 아닌 솔로 효민이니 말이다.
효민은 '담'에 대해 이번 앨범과 어울리지 않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꼭 수록하고 싶었고, 가사 하나 하나에 의미가 있다. 크게 공격적인 단어들은 없고 이겨 내고 극복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효민은 설명했다.
효민은 "일기장에 썼던 글들을 토대로 해야할 지 아니면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야할 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아직 (솔직하게 할 이야기를 하기엔) 나에게 너무 큰 도전이었다. 이번 노래는 나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쓰고 싶었다. 그러면 티아라 팬이나 듣는 분들도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효민의 '담' 가사는 다음과 같다.
'내가 원했던 삶 간절했던 바람/ 내 자신을 배신하고 저 멀리 떠났던 날에/ 세상이 나를 등졌기에 혼자가 되어/ 창밖에 떨어지는 저 마지막 잎새여/ 거울 앞에 나를 보는 것조차/ 힘에 버거워서 가벼운 것만 늘 쫓아/ 차라리 어렸을 적이 더 좋을 때였어/ 먼지만큼 보잘 것 없는 존재였어/ 상처가 아물면 뭐해 흉터가 남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만을 찾는데/ 일, 돈 그리고 사랑 그것 외엔 다 꺼려하다가/ 길을 잃고 이곳에 왔다/ (중략) 철창 사이로 비추는 석양과 적막함이 내 외로움과 섞여가/남들보다 더 앞서기 위해 묶었던 신발끈은/ 끝내 더 엉켜버려 가지 못해 내 집 앞도/ 누굴 원망 할 가치도 없어/ 이젠 긴 생머리 소녀는 자기 머릴 가위질 해 두 갈래 길 앞에 서서/ 감정에 굳은살이 뱄나 봐 가슴이 먹먹/ 내 꿈은 어둠에 가려졌고/ 간신히 살아왔던 날이였어/ 어디로든 나를 숨기고 싶어서 은둔해/ 현명했다 싶어도 난 은근히 둔했어/ But 실패는 또 다른 가능성을 줘/ 잊지마 똑바로 일어서는 법/보란 듯이 얘기해 떳떳이 일어나서/ 지금 봤듯이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타이틀곡 '나이스 바디'의 섹시 콘셉트가 아닌, 이것이 바로 솔로 가수 효민이 들려주고자 했던 '담(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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