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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가사는 이렇다. '항상 똑같은 곳으로/ 넌 항상 똑같은 코스로/ 우리 단 둘이만 했던 거 매일 해/(중략) 잘한다 그래 놓고 지치면 뭐해/ 우리 둘에겐 더 조금씩 필요해/ 너와 나 둘에 한 명만 초대해줘 우리의 방 안에/ 우리보다 이거 많이 해본 애/ 지금이 딱 인데 하나 둘 셋'이다. 공식적인 노래 설명은 "반복되는 일상으로 지루해진 남녀 관계를 게임에 빗댄 독특한 가사"였다.
MBC 보다 보수적인 KBS에서는 오히려 문제가 되지 않았다. MBC도 심의는 통과했지만 선정적인 퍼포먼스와 립싱크 철퇴를 선언한 '쇼! 음악중심' 측 제작진의 별도 의지가 반영됐다.
피에스타 측은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 게임에서 착안해 나온 가사"라면서 "작업 과정에서 여러 버전의 가사로 녹음을 해놓은 것이 있기에 일부분을 수정, 방송사 측과 활동에 대해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에스타 측의 이러한 해명이 씁쓸하기만 하다. 가요계에 따르면 피에스타 측은 이번 MBC 방송 정지 결정에 앞서 이미 자신들의 신곡에 '쓰리썸' 논란이 있다며 몇몇 매체에 슬쩍 흘리기까지 했다. 대놓고 노이즈마케팅을 자처한 셈이다.
이들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제작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질만 하다. 데뷔 3년차에 접어든 그룹의 사활이 걸렸기 때문이다. 2012년 데뷔한 피에스타는 당시 로엔엔터테인먼트 소속이어서 '아이유 후배 걸그룹'으로 불리며 호평 받았으나 이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노래 잘 부르는 걸그룹'으로 시작해 꾸준히 섹시 걸그룹으로서의 변신을 시도해왔지만 웬만해서는 '충격파'를 주지 못했다.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사실 피에스타 뿐만이 아니다. '여자 씨엔블루'로 기대를 모으며 데뷔한 AOA를 현재 '걸밴드'로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브라운아이드걸스도 '시건방 춤' 이전에는 '여성보컬그룹'으로 불렸다. 달라진 것이 없다. 청순 혹은 섹시. 10여 년이 넘도록 되풀이 되는 걸그룹 콘셉트 이야기다. 청순미를 강조했던 걸그룹조차 20대를 넘어서면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기 일쑤다. 그들이 청순했던 이유는 오직 미성년자 멤버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꼭 가수나 배우가 아니더라도 여느 여성이나 남성 모두 '섹시하다'는 평가는 중요한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걸그룹들의 과도한 노출·선정적인 춤에 대한 비판과 이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부르짖는 목소리도 잊을 만하면 메아리로 돌아온다.
대중음악 가수에게 순수예술을 기대해도 안 되고 그럴 필요도 없다. 잘 생기고 예쁜 외모도 개인이 가진 하나의 능력이다. 문제는 그들이 내세우는 ‘섹시’가 얼마만큼의 당위성과 명분을 갖느냐다.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해 속살을 드러내고 몸을 흔드는 것이라면 ‘예술’이 아닌 ‘외설’에 가깝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철저한 시스템과 자본력이 구축된 기획사는 그리 많지 않다. 오직 음악 자체 만으로 정상적인 경쟁을 통해 기존 콘텐츠를 뛰어넘기는 어려운 현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치열한 경쟁을 이슈 만들기로 극복하려는 분위기는 가요계 선순환 구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인"이라며 "콘텐츠가 상향평준화 되면 최종 승부처는 음악성이다. 단순한 노이즈 마케팅에 치우치면 정작 가수로서 본질인 음악성은 정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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